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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환자에 인술 봉사 30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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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여수애양병원 제공]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일에 평생을 바쳐온 전남 여수애양병원 김인권(55.사진) 원장은 6일 "저의 작은 노력이 그분들에게 위안이 된다는 믿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보건의 날인 7일 한센병 환자 치료에 대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는다. 그는 "한센병 관련 일을 하는 사람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가 한센병 환자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7년. 서울대 의대를 나와 수련의 기간 중 무의촌 의료활동 차 전남 고흥 소록도병원을 찾은 게 시작이었다.

80년 소록도에서 공중보건의로 군생활을 하면서 이들과 인연을 이어갔다. 입대 전 결혼한 부인과 함께 3년 내내 관사에서 생활했다.

군복무를 마친 83년엔 아예 여수애양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부임했다. 이 병원은 1909년부터 한센병 환자 전문 병원 역할을 해 온 곳이다.

당시 그는 모교인 서울대 의대 측이 제의한 교수직까지 물리쳤다. 사랑의 정신으로 환자들에게 최선의 의술을 베푸는 곳에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소박하고 꾸밈없는 환자들과 정이 들었고 그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던 당시 신정식(94년 작고) 소록도병원장에게 큰 감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95년 병원장에 취임한 그는 요즘에도 하루 20여 건의 수술을 해 낸다. 한달 평균 250건의 수술을 소화하고, 인근 고흥.보성 등의 보건소에 이동진료도 나간다.

여수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이나 걸리는 곳에 있지만 전국에서 하루 300여 명의 환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단다.

그는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차도를 보이는 환자를 보면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99년부터 매년 중국 옌볜(延邊)대학 복지병원을 찾아 1주일씩 머물며 고관절 환자 등에게 무료 수술을 해주고 있다. 그동안 50여 명을 수술했다. 2003년부터는 매년 한차례씩 베트남에서 수술 의료봉사도 벌이고 있다.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여수애양병원이 설립된 만큼 이제 그 빚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이 병원 박성실(48) 과장은 "환자들이 '원장님 얼굴만 봐도 병이 낫겠다'고 말할 정도로 믿고 따른다"면서 "그 분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남에게 베풀려는 넉넉한 분이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2004년 서울대의대 동창회가 참 의사의 도리를 널리 일깨운 장기려 박사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장기려 의도상(醫道賞)' 1회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노인들을 위한 요양소를 꾸려나갈 꿈을 키우고 있다"며 "의사가 한 곳에 진료를 계속할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면서 축복"이라고 말했다.

여수=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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