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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비판이론의 대가 아도르노 탄생 100주년] 재조명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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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독일의 철학자.사회학자.음악비평가.작곡가인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69)가 오는 11일로 탄생 1백주년을 맞는다. 그의 고향이자 활동무대였던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그의 사상과 음악세계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난해한 술어로 점철돼 있는 아도르노의 사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계몽''근대''합리성''긍정''보편성''전체성'이라는 단어를 극도로 싫어한다는 점이다.

나치즘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보듯 계몽은 그 실현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을 야만적으로 지배하는 도구적 이성이 되고 말았다. 또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휴머니즘에 입각한 예술과 과학의 균형이 깨지면서 예술은 한낱 여흥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아도르노의 사상은 서구문명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아도르노가 격렬히 비난했던 문화산업과 대중음악은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고 그가 '신음악의 철학'에서 '음악적 민주주의의 실현''역사적 필연성의 결과'라고 극찬했던 아놀드 쇤베르크의 음악은 그가 '보수반동적'인 음악이라고 비난했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인기에 비해 보잘 것 없는 현실이다.

그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시장과의 타협을 거부하는 아방가르드 음악이다. 그의 저술도 사상도 그가 지지했던 쇤베르크의 음악만큼이나 난해하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음악이론은 그의 사상과 비판이론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평이다.

아도르노가 연구소장을 지내면서 비판이론을 다듬어냈던 프랑크푸르트대 사회연구소가 오는 25~28일 '자유의 변증법'이라는 제목으로 아도르노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키로 한 것은 이 같은 논란을 수렴, 21세기에 어울리는 새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27~30일 같은 대학 음악학 연구소에서는 '음악분석과 비판이론'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그의 음악적 인식과 철학세계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해부할 계획이다.

9~21일 프랑크푸르트 국립도서관에서는 '프랑크푸르트의 아도르노'라는 전시회도 마련된다. 아도르노의 대표적 저작을 출간했던 프랑크푸르트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아도르노 전기''프랑크푸르트의 아도르노:사진집'이 출간될 예정이며 이밖에도 에스 피셔의 '테오도어 아도르노-마지막 천재''아도르노 ABC'도 출간됐다.

독일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기념 학술행사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미국 음악센터에선 지난 4월 아도르노 탄생 1백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고 브라질 벨로 호리존테에 있는 미나스 게라이스 연방대 철학과에서는 오는 9~12일'아도르노의 미학이론'을 주제로 국제 미학대회가 열린다.

'아도르노: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삶이 가능한가?'(스탠퍼드대 출판부), '아도르노 이후: 음악사회학에 대한 반성'(케임브리지대 출판부)이 새로 출간됐으며 '신음악의 철학' 영역본도 '현대유럽사상가 시리즈'에 포함돼 재출간됐다.

오는 11월 29일 런던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에선 작곡가 아도르노의 음악세계를 재조명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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