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신문시장도 시장논리로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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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돌이켜 보면 일제시대 을사조약에 분노하며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란 논설을 통해 민족정신을 일깨웠던 신문부터 군사정권의 온갖 탄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언론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붓을 꺾지 않았던 일부 신문이 있었기에 이 나라는 끊임없이 기우뚱거리면서도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그런데 사회적 목탁이라는 신문이 존립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혹자는 설령 종이신문은 위기를 맞아도 인터넷신문 등이 대체기능을 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건 정말 위험하고 단세포적인 생각이다. 종이신문은 지난 수백 년간 쌓아온 편집기술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어젠다를 일목요연하게 배치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종합적인 안목을 제시해 왔다. 이러한 기능은 인터넷이 절대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신문협회가 어제 발표한 '독자 프로파일 조사'에서도 '세상 돌아가는 정보'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의 창구로서 신문은 TV와 인터넷을 제치고 의연히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신문을 다시 부흥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이제는 규제도 하지 말고 진흥책도 쓰지 말고 그냥 시장에 맡길 때가 됐다. 아니, 만시지탄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문법의 일부 조항은 시대착오적이다.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는 80년대부터 이미 소위 탈규제정책의 일환으로 언론사 간의 상호 겸영을 허용해 왔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확고부동하다. 기술과 산업은 융합화로 치닫고 방송과 통신이 하나로 묶이고 있는데 정책이 이를 방해하고 있는 형국이다. 섣부른 진흥책 역시 왜곡돼 있는 신문시장을 더욱 뒤틀리게 하고 억지로 연명해 가는 경쟁력 없는 신문사의 수명만 잠시 유예시켜 줄 뿐이다. 일부 신문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50만 명도 되지 않는 도시에 무려 10개의 신문사가 있고 이들 중 일부는 정부지원금을 받아가며 운영되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신문사 생존전략의 해법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인터넷에서는 포털사이트들이 뉴스 공급과 유통의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왜 독자들이 종이신문을 버리고 인터넷으로 몰려가는지에 대한 분석과 그 대안은 여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장의 질서를 알아야 한다. 이젠 신문사들도 자신들이 만든 뉴스 콘텐트의 가치를 냉정히 조사해 봐야 한다. 원가 계산도 철저히 해 보고, 다른 뉴스상품과 차별되는 고부가가치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신문마다 제호만 다를 뿐 똑같은 형식에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관행적으로 양산하는 생산방식으로는 남아 있는 독자들마저 떠나버릴 것이다.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유통되는 콘텐트를 보면 신문사 등에서 제공하는 뉴스에서 탈피해 이미 네티즌들이 스스로 생산해 내는 콘텐트가 전체 정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도 깊이 새겨야 한다. 신문이 존재하기에 각종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기능이 유지돼 왔다. 그러나 여기서 실기하면 마이어 교수의 예측이 오히려 앞당겨질 수도 있음을 직시하자.

성동규 중앙대 교수·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