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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스 창업자 네프즐린, 푸틴에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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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투옥된 공동 창업자 호도로프스키.

"지금의 러시아는 스탈린주의 국가와 다를 게 없다."

한 때 러시아 최대 민간 재벌('올리가키') 중 하나였던 유코스의 공동 창업자 레오니드 네프즐린(45)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망명지인 이스라엘 텔아비브 근교 자택에서 그동안 은둔해온 네프즐린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뉴욕타임스(NYT) 등과 처음으로 사진 촬영없이 인터뷰를 갖고 "우리에게 씌워진 탈세 등의 혐의는 모두 러시아 정부가 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에서 탈세혐의로 복역중인 유코스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대주주인 미하일 호도로프스키(41)와 함께 2대 주주로 유코스를 공동 창업했던 인물.

유코스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자 유대계인 그는 지난 2003년 말 이스라엘로 망명했다.

네프즐린은 이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밀경찰 등 강력한 통제 체제와 언론자유 억압을 통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유코스 사태의 배경에는 반(反)유대주의가 있다"며 "푸틴은 러시아 검찰.FSB(전 KGB) 등에 포진한 반 유대주의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현재 러시아 당국은 그가 횡령.탈세.살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이스라엘 정부에 신병 인도를 요구해 왔지만 이스라엘이 거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FT는 망명 후 그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해 온 네프즐린이 아직 수중에 남아있는 수억 달러 대의 재산을 가지고 곧 이스라엘 석유화학 회사 등에 대한 투자에 나서는 등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 유코스의 성장과 몰락=유코스는 한 때 석유 매장량 140억 배럴과 막대한 천연가스를 보유했던 러시아 최대의 민간 석유회사.

옐친 정권당시 국영 정유회사 유코스를 헐값에 사들여 한때 60%의 지분을 가졌던 호도로프스키는 2003년 152억달러의 재산으로 포브스 선정 세계 16위,러시아 최대의 갑부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2003년 호도로프스키가 탈세혐의로 구속되면서 하루아침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러시아 당국은 현재까지도 유코스의 '탈세'를 적발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러시아 정부는 유코스에 대해 2004년 말까지 탈세를 이유로 무려 280억 달러의 세금을 선고했다.

유코스가 막대한 세금을 내지못하자 곧바로 주요 자산을 경매로 넘겼다. 이에 대해 러시아 내부에선 푸틴이 한때 대권까지 꿈꿨던 신흥재벌에 '괘씸죄'를 걸어 손보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많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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