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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댓글 제한해도 대포ID 쓰면 그만 … 제2 드루킹 못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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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네이버가 25일부터 적용한 댓글 정책 개선안의 핵심은 1인당 달 수 있는 댓글·공감수를 제한하고 이를 연달아 작성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온라인 여론으로 자리 잡은 댓글의 영향력과 조작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네이버 대책 발표에 “땜질” 비판 #비공감 클릭 하루 50개로 묶이자 #문팬 사이트 “역따 대신 접기” 제안 #여권에 비우호적 댓글 숨기기 가능 #“아웃링크 등 근본 대책 마련해야”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제한 조건을 둔다고 해도 수백 개의 ‘대포(가짜) 아이디’를 구해 인터넷주소(IP)를 바꾸면서 댓글을 조작하면 일반 사용자의 행위와 식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프로그램을 조금 수정해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돌리면 여전히 댓글 조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상명 하우리 CERT 실장은 “조작을 방지하는 기술을 도입해도 이를 피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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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웹페이지로 연결해주는 ‘아웃링크’를 도입하거나 뉴스 편집권을 내려놓는 등의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제2의 드루킹’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특정 언론사 기사를 올리고 내리는 것은 편집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본인들이 언론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아웃링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포털의 댓글을 없애고 언론사 사이트에서 댓글을 달도록 뉴스 유통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극소수의 여론 조작을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이른바 ‘문팬’이 활동하는 한 커뮤니티에는 네이버의 개선안 발표 이후 “앞으로는 ‘역따’(비공감을 클릭해 달라는 은어)보다는 ‘접기’(댓글을 안 보이게 하는 것)를 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네이버 뉴스 댓글에서는 ‘접기 요청’ 수가 많으면 해당 댓글은 자동접힘 댓글로 분류돼 내용이 숨겨진다. 하루에 누를 수 있는 공감·비공감 수가 50개로 제한이 생긴 만큼 앞으로는 이런 제한이 없는 ‘접기 요청’을 통해 여권에 비우호적인 댓글을 안 보이게 하자는 것이다.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외부 별도 조직을 활용하는 대응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개선안은 업계·학계·언론계 등을 제외한 일반인 이용자 20명이 참여하는 ‘댓글정책이용자패널’의 의견수렴을 거친 것이다. 네이버는 이 밖에 네이버뉴스편집자문위원회, 기사배열공론화포럼, 스포츠이용자위원회 등 외부 기구를 만들어 비판의 화살을 바깥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네이버가 이번 파문과 관련, 자의적으로 불리한 기사를 배제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16일부터 25일 오전까지 네이버가 모바일 메인 화면에 배치한 기사 가운데 네이버 비판 기사는 단 한 건뿐이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포털은 저널리즘 윤리와 원칙에 구속받지 않는 기형적인 특권을 행사해 사이비 언론을 키우고 정통 언론을 질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해용·하선영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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