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힘 집중된 문 정부 1년 … 인적 풀 좁고 협치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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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년 내내 70%대 전후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이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대통령 내외의 뛰어난 공감 능력과 소통·친근감, 그리고 야당의 분열과 위축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한국정치학회 춘계학술대회(4월27일)에 제출한 ‘문재인 정부 1년의 평가와 전망’라는 논문의 내용이다. 강 교수는 우선 “문 대통령이 지난 1년간 국정의 공백과 정치적 불안정의 시기를 극복하고 정치적 안정을 신속하게 회복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강 교수는 “같은 정치적 뿌리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초부터 지지율이 낮아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반면, 문 대통령은 취임후 줄곧 연령·지역별로 고르게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 가장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강원택 교수, 정치학회 논문서 지적

역대 대통령의 집권 첫 해 분기별 지지율. [강원택 교수 논문]

역대 대통령의 집권 첫 해 분기별 지지율. [강원택 교수 논문]

강 교수는 지지율 고공행진의 배경으로 ^소통과 공감 능력 ^적폐청산과 개혁 의지에 대한 기대감 ^ 서민 복지에 대한 높은 관심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박근혜 정부 실정에 대한 반사적 혜택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강 교수는 지금까지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청와대 중심의 국정=청와대의 기획과 주도, 각 부서의 집행이라는 과거 방식의 대통령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청와대에 힘이 집중되면 소수에 의해 국정이 좌지우지돼 의사결정의 왜곡, 부패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협의체로서의 국무회의의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②야당과 대화 부재=문 대통령은 협치를 이야기했지만, 야당과의 정치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분열과 갈등의 정치’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을 적대시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야당도 문제지만,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다.
③존재감 약한 여당=더불어민주당이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 있다. 대통령의 지지도는 낮아지기 마련이므로 취임 1년 이후부터는 대통령과 집권당의 유기적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
④집권층의 도덕성=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도는 불공정과 정치적 부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기대감으로 반영된 것이다. 권력층 내부에서 부패 사건이 발생하면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⑤제도 개선 미흡=적폐청산이 인적 쇄신이나 처벌에 집중됐다.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적폐적 현상의 반복을 막는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개선해야 한다. 민주당을 포함한 정당도 적폐청산 대상에 포함해 선거제도 등을 바꿔야 한다.
⑥제한된 인적 풀=주요 직책의 충원이 매우 제한된 인적 풀(pool)에서 이뤄졌다. 선거의 전리품처럼 배분된 인적 충원은 장기적으로 문제가 된다. 고른 인사 등용이 더 중요하다.
⑦기계적인 공약 실천=선거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해 특정 타킷을 겨냥한 게 적지 않다. 기계적으로 공약을 실천하려고 하기보다는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강 교수는 “역대 대통령의 임기 후반 레임덕은 지지율 관리의 소홀, 주변 인사 관리 실패, 협소한 인재 풀, 국회에 대한 정치력의 부재, 집권당과의 불화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며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1년간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엄정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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