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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⑮석브라더스, 12년 만의 AG 금메달 부탁해

중앙일보

입력

대한항공 우승을 이끈 곽승석-정지석 듀오. 인천=양광삼 기자

대한항공 우승을 이끈 곽승석-정지석 듀오. 인천=양광삼 기자

2017-2018 V리그 남자부 챔피언은 대한항공 점보스였다. 대한한공이 창단 첫 우승에는 아웃사이드히터(레프트) 곽승석(30)-정지석(23)의 공이 컸다.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난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둘은 소속팀에 이어 국가대표에서도 손발을 맞춘다. 김호철호는 오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석 브라더스'도 당연히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대한항공 우승 이끈 곽승석-정지석 듀오 #남자 배구 국가대표 처음으로 나란히 발탁 #2006 도하 AG 이후 12년 만의 금 도전

대한항공엔 신영수(36), 김학민(35)까지 네 명의 전·현 국가대표 레프트가 있다. 곽승석과 정지석도 사실 지난 시즌까진 동료지만 경쟁자에 더 가까웠다. 네 선수가 두 자리를 놓고 교대로 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공격이 좋은 김학민과 신영수 중 한 명과 리시브 능력이 뛰어난 곽승석과 정지석 중 한 명을 선발로 내는 경우가 많았다. 곽승석은 한시적이지만 수비전문 선수인 리베로로 나설 때도 있었다.

곽승석은 "딱히 경쟁심은 없었다. 교대로 나갈 때도 편했다"고 웃었다. 정지석은 "누구나 선수는 뛰고 싶으니까 사실 놓치고 싶은 기분은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사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모든 걸 알려주진 않는다. 그런데 우리 팀 선배들은 다 알려줬다"고 했다. 곽승석은 "딱히 노하우가 없다. (칭찬)그만 하라"고 손사래를 저었지만 정지석은 "1~2년차 때 지석이 형 플레이를 많이 봤다. '사기 유닛' 같았다. 서브를 받고 빠르게 움직이는 전천후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신기했다"고 했다.

올시즌 대한항공은 힘들게 이륙했다. 시즌 초반엔 중위권을 맴돌았고, 4라운드가 되서야 정상 궤도에 올랐다. 정지석은 "우리 둘이 주전으로 나서는 시스템이 처음이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바깥에서 우리 둘의 조합으로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한 걸 안다. 수비는 몰라도 공격적인 부분에서 믿음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완성도가 높아진 걸 느꼈다"고 했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마음껏 공격해보나'란 생각을 했다. 아마 다른 팀이었다면 우리 둘 다 공격보다는 리시브가 주임무였을 거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정지석의 말에 곽승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잘 받고, 잘 때리는' 둘의 조합이 가장 빛난 경기는 챔프전이었다. 공격적인 서브를 때리고, 상대 서브는 받아내면서 쉴새 없이 후위공격을 날리자 현대캐피탈 수비도 받아낼 재간이 없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언젠가는 흔들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역대 최정상급 리시브 라인"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입단 후 네 번이나 준우승에 머무른 곽승석은 "생각보다 감정이 복받치진 않았다"며 "사실 그 전에 우승을 했다면 몇 번은 더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실 형들이 모두 있을 때 우승하고 싶었는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생각도 했다. 우승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V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인천=양광삼 기자

V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인천=양광삼 기자

대한항공은 1차전에서 졌다. '이번에도 안 되는구나'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만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정지석 범실' 사건이다. 정지석은 1차전 5세트 14-13에서 대각선 공격을 시도했으나 범실이 됐고, 대한항공은 역전패했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 연습에서 곽승석은 정지석과 똑같은 코스로 스파이크를 날렸고, 이 공도 아웃이 됐다. 곽승석은 "이게 바로 정지석"이라고 말해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정지석은 "공개처형 당하는 기분이었다"며 하소연하며 "'멘붕(멘털 붕괴)'이 와서 물을 마셨다"고 했다. 곽승석은 "싱크로율 100%였다. 그렇게 웃고 나서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정지석도 "사실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우리 팀원들이 농담으로 넘어가준 덕분에 신경쓰지 않고 독기를 품었다"고 했다. 곽승석은 "밖에선 걱정을 많이 했겠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내용이 나빴던 게 아니라 결정적인 상황에서 마무리만 못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남은 경기도 어렵지 않게 풀어나갔다"고 했다.

소속팀 우승을 일군 둘은 이제 태극마크를 달고 다시 함께 뛴다. 21명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폐지된 월드리그의 뒤를 잇는 VNL은 5월부터 열리는데 이 대회를 통해 8월 아시안게임 명단도 추려질 전망이다. 레프트는 총 9명이 선발됐고, 이중 전광인(한국전력), 문성민(현대캐피탈), 송명근(OK저축은행)과 곽승석, 정지석 등이 최종 승선할 가능성이 높다. 2006 도하 대회 금메달을 따낸 한국은 2010 광저우, 2014 인천에서는 동메달에 머물렀다. 곽승석과 정지석은 "대표팀에 함께 발탁된 게 이번이 처음이다. 함께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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