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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모르는 삼촌…실종선고 받으면 상속에 문제 없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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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48)

아버지 연세가 80을 넘었습니다. 꽤 건강하셔서 별걱정을 하지 않고 지냈는데 지난달 급하게 저를 부르셨습니다. 아무래도 당신 생전에 정리해야겠다는 결심이 서셨답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의 제적등본과 아버지의 호적등본, 발급받은 지 오래된 부동산 등기부 등본 같은 서류를 보여주셨습니다.

아버지와 6·25 한국전쟁 때 실종된 삼촌이 공동으로 상속받은 부동산. 삼촌이 실종선고 결정을 받으면 제가 제대로 상속받을 수 있을까요? [중앙포토]

아버지와 6·25 한국전쟁 때 실종된 삼촌이 공동으로 상속받은 부동산. 삼촌이 실종선고 결정을 받으면 제가 제대로 상속받을 수 있을까요? [중앙포토]

아버지는 막내 삼촌 말씀을 하셨습니다. 6남매의 장남인 아버지에게는 6·25 한국전쟁 이후로 생사를 모르는 동생이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그런 삼촌이 있다는 말을 얼핏 들었지만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삼촌이 저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어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상당한 농토를 물려주셨는데 그것도 다 어른들이 알아서 잘 처리하셨고, 상속분쟁도 없이 잘 지나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직 몇 개의 부동산에는 아버지와 삼촌이 공동으로 상속받은 것으로 돼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삼촌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하시면서도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삼촌을 기다렸던 것이 걸려서인지 마음으로는 차마 사망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런데 겨울이 끝나갈 무렵 감기를 심하게 앓고 나시더니 그래도 당신 생전에 삼촌에 대해 호적정리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신 것입니다.

아마 당신이 상속받은 부동산에 동생과 같이 공동소유로 되어 있는데 만약 당신마저 사망하고 나면 그 부동산이 제대로 상속될지 걱정이 된 모양입니다. 아버지는 여러 군데 물어보셨다면서 제게 실종선고를 청구해 법원의 결정을 받아오라고 하셨습니다. 법원에서 실종선고 결정을 받으면 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우리 민법은 사례자의 경우처럼 생사가 5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사람의 이해관계인이 법원에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고, 실종 기간이 만료할 때에 사망한 것으로 보아 법률관계를 확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해관계인은 실종선고를 받는 사람이 사망한 것으로 되는 것과 관련해 직접 신분상, 경제상 권리를 취득하거나 의무를 면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실종선고를 받는 사람의 상속인이 그에 해당합니다. 사례자 삼촌이 실종선고를 받으면 그 삼촌의 형제가 상속인이 될 것이니 사례자 아버지가 청구권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가정법원이 실종선고의 심판을 하고 그 심판이 확정되면 사례자 삼촌은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고 상속이 개시됩니다. 이때 상속에 적용하는 법률은 1950년대의 민법이 아니라 실종 선고 시인 현재의 법률입니다. 따라서 삼촌에 대한 상속이 개시되면 그 형제가 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상속재산을 정리해야 할 것이고, 만약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 실종선고 재판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법원이 출입국관리사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여러 곳에 사실조회 등의 방법으로 사실 조사를 하고 공시최고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재자의 재산을 급히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부재자재산관리인을 선임해 달라는 신청을 하기도 합니다.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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