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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버스 대란’ 지자체 대책 마련 골머리…시행 유예 등 촉구

중앙일보

입력

서울 동작구 2-4호선 환승역 사당역 버스정류장. [뉴스1]

서울 동작구 2-4호선 환승역 사당역 버스정류장. [뉴스1]

7월부터 법정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되기 시작하면 도(道)내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등 노선버스의 운행이 급격히 줄어드는 ‘버스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근로시간을 지키려면 1만 명 넘는 운전기사를 5월 전에 새로 뽑아야 하지만, 인력확보가 어려운 데다 인건비 부담도 큰 탓이다.

7월부터 주당 근로시간 단축 시행 #경기도, 버스 교통대란 불가피할 것 #정부에 적극적인 대책마련 요구키로 #대구·부산·인천은 큰 문제 없을 듯 #전문가 “유예규정 있었으면 충격이 #덜할 텐데, 요금 인상도 필요할 듯”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7월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돼 버스 운전자가 부족할 수 있다”며 “노선 통폐합이나 운행 시간 축소 등 대책을 세우라”고 각 지자체에 최근 통보했다. 또 첫차·막차 시간이나 버스 운행 간격 조정, 유사한 버스 노선 통합, 대체 교통수단이 많은 노선 폐지 등의 조정 방안 마련도 요청했다.

서울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주변 버스정류장. 김나한 기자

서울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주변 버스정류장. 김나한 기자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버스 대란을 막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우선 지역별로 비상수송 대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 시행 유예기간 마련도 촉구하고 나섰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선버스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기존의 노사 합의에 따른 무제한 연장근로가 사라진다.
이에 따라 피로 누적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기존의 격일제 근무형태를 1일 2교대로 전환해야 한다. 때문에 대규모 추가 채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내년 7월부터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해야 하기에 운수 종사자 부족 상황이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광역버스 회차지인 서울 강남역 버스 정류장. 함종선 기자

경기도 광역버스 회차지인 서울 강남역 버스 정류장. 함종선 기자

 업체들이 추가고용에 따른 운송비용 증가와 운전자 수급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근로시간 단축이 ‘교통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79개 업체가 운전자 1만7000여 명을 고용해 시내버스 1만여 대를 운행 중인 경기 지역의 경우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도 분석에 따르면 7월 1일까지 시내버스만 8000~1만2000명의 운전자를 추가 고용해야 한다. 현재 시내버스 전체 운전자의 52~70%에 달하는 인원이다.

경기 지역 버스업계 관계자는 “계속 채용공고를 내고 있지만, 연락 오는 곳이 없다. 버스운전자격 시험장 앞에서 명함까지 돌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법 시행일 전까지 인원을 충원하지 못하면 대규모 감차, 운행시간 단축, 배차 간격 지연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최대 34%까지 운행률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도는 법 시행이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규모 인력 추가 채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취업이 가능한 도내 버스운전자격 소지자는 약 2만9000여 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낮은 임금 등으로 인해 대부분 버스업체 취업을 기피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이나 인천에서 추가 채용이 시작되면 대규모 이직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게다가 버스업체에는 3360억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해 자칫 소규모·영세 버스업체의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인한 서비스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도 우려했다.

경기도와 일선 시·군은 이에 따라 우선 개정 ‘근로기준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별 비상수송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운수 종사자 양성 확대 및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 단축 시행 유예기간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기로 했다.

경기도 시·군 교통과장들은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대규모 교통대란은 불가피하다”며 “운전기사를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유예기간은 주는 방향으로 법령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법 개정 과정에서 보완 또는 유예규정이 있었으면 충격이 덜할 텐데 아쉽다”며 “지금 대로라면 요금 인상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사진 경기도]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사진 경기도]

경북도의 경우 대책 마련을 위해 ‘특례업종 제외에 따른 버스업계 영향 분석 및 준공영제 연구용역’에 곧 착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버스업계 근무 여건과 인력 충원 실태, 재정지원 필요 규모, 준공영제 도입 가능성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김영섭 경북도 생활경제교통과 계장은 “버스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당장 버스 기사를 충원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버스 준공영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석 보고서가 나오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내에는 시외버스 1128명(7개 업체, 버스 876대), 시내 농어촌버스 2215명(26개 업체, 버스 1444대) 등 버스 기사 3343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이틀 근무 후 하루를 쉬는 등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어 하루 8시간 근무를 맞추려면 추가인력이 필수다. 도는 시외버스 근로자 520명, 시내 농어촌버스 근로자 1000명 등 운전자 1520명이 추가 투입돼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 비용은 연간 65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도와 경북도를 제외한 전국의 지자체는 비교적 순조롭게 법 개정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버스운송사업 조합과 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현재 주당 50시간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이 개정되더라도 당장은 버스 운행이 멈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명절 막차 시간 운행 연장을 한다든지 지하철 고장 때 버스를 임시운행할 경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책을 궁리 중이다.

부산도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현재 시내버스 운전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4시간이고, 마을버스도 50시간 정도여서다. 시 관계자는 “내년 7월 시행되는 주당 52시간 근무에 대비해 올 하반기에 운수 종사자 확충대책 수립,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에는 시내버스업체 33개, 마을버스업체 61개가 있고, 시내버스 업체 가운데 300인 이상 업체 2개는 내년 7월부터 주당 52시간 근무적용을 받는다. 마을버스 61개 업체의 운전자 수는 5~49인이어서 2021년 7월부터 52시간 근무가 적용된다.

대구시도 버스 대란을 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대구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버스 기사의 근로시간이 길지 않다. 버스 운행 거리도 다른 지역에 비해 전반적으로 짧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시내버스 업체들이 추가 채용해야 할 운전자 수를 100명 정도로 보고, 2020년까지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내버스 업계 측도 대구시에 “운전자 휴가 등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인력을 더 채용해야 할 수는 있겠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시 중앙버스전용차로(BRT) 원동IC 구간의 버스 정류장. 송봉근 기자

부산시 중앙버스전용차로(BRT) 원동IC 구간의 버스 정류장. 송봉근 기자

인천도 큰 문제가 없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2400개 버스 노선에 5400여 명이 운전자가 근무 중이다. 대부분 하루 2교대로 근무하기에 큰 문제는 없는 상태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9.5시간으로 내년 7월 이전까지는 운전자를 충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격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마을버스 6~7개 노선이 문제다. 당장 올 7월부터 기사 충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이들 노선의 경우 업체가 영세해 당장 충원은 힘든 것으로 안다”며 “업체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상태로 시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도 큰 혼란은 없을 전망이다. 울산시에서는 시내버스 8개를 포함해 노선버스 23개 업체에서 1932명이 860여 대 버스를 운행 중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내버스 기준 주당 54시간(연장, 휴일근무 포함) 근무, 1일 2교대 방식으로 운영 중이어서 7월 이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도 대책 마련을 위해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버스연합회와 노조 등이 최근 협의체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뾰족한 해법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의정부·부산·대구·인천·수원·울산·안동·서울=전익진·황선윤·김윤호·임명수·최모란·최은경·백경서·김민상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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