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딛고 무섭게 몰아치는 이대호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12회말 1사 1,2루에 롯데 이대호가 좌익수 뒤 115m 거리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1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12회말 1사 1,2루에 롯데 이대호가 좌익수 뒤 115m 거리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길었던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드디어 이대호(36·롯데)의 몰아치기가 시작됐다.

이대호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3-6으로 뒤진 8회 말 동점 스리런포에 이어, 6-7로 몰린 12회 말 끝내기 역전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지난 17일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 2방을 쏘아올렸다. 최근 페이스는 무서울 정도다.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한 지난 13일 광주 KIA전부터 3경기 동안 타율 0.769(13타수 10안타) 4홈런·14타점이다. 외야로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타구가 늘었다.

이대호는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개막 이후 16경기에서 타율 0.241, 1홈런·5타점에 그쳤다. 타율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54위였다. 득점권 타율은 0.083에 불과했다. 손아섭(타율 0.342)과 이적생 이병규(0.370), 채태인(0.323)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4번 타자의 부진은 뼈아팠다. 롯데는 개막 후 7연패를 당했고, 이후에도 둘쭉날쭉한 성적이 이어졌다.

1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12회 연장에 3점 홈런을 친 이대호가 홈에 들어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1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12회 연장에 3점 홈런을 친 이대호가 홈에 들어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팬들은 롯데의 부진을 이대호 탓으로 돌렸다. 이대호는 7연패를 당한 날 귀가하던 중 한 팬이 던진 치킨박스에 맞기도 했다. 이대호는 지난해 롯데로 돌아와 5년 만에 팀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팬들의 기대도 한 뼘 더 자라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이대호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조 감독은 이대호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본인이 해결할 것이다.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 부진한 팀 성적으로 주장으로서 부담을 크게 느낀 것 같다"며 "커리어가 있는 선수라 몇 경기 치르다보면 금세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울산 넥센전을 제외하고, 이대호를 줄곧 4번 타자로 기용했다. 3경기에서 화끈하게 몰아친 이대호는 타율을 0.338까지 끌어올렸다. OPS(출루율+장타율)도 0.618에서 0.984까지 올랐다. 제 자리를 찾은 것이다. 이대호도 "한동안 안타가 나오지 않아 타석에서 조급했다. 이제 여유를 찾기 시작했고, 공도 잘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믿음을 주지 못하는 선발진과 불안한 수비, 침묵하는 하위타선 등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이대호가 살아나면서 롯데에게도 작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롯데는 이대호의 개인 성적이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이대호가 맹타를 휘두른 8월 이후 롯데는 가파른 상승세를 탄 경험이 있다. 롯데는 18일 대역전극으로 6승 13패를 기록, 9위 삼성(7승14패)과 승차를 지웠다. 8위 넥센과는 1.5경기 차까지 좁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