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 약 60년간 이어진 카스트로 형제의 시대를 마감한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쿠바 의회인 국가평의회는 18일(현지시간) 미구엘 디아스-카넬(57)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을 의장직 승계 단독 후보로 추대했다. 다음 달 열리는 투표에서 그가 쿠바의 새로운 국가수반으로 선출되는 것이 확실시된다.
국가평의회 의장 라울 카스트로 #오른팔인 디아스-카넬에 승계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처음으로 ‘카스트로’가 아닌 국가수반이 탄생하는 것이다.
현 의장인 라울 카스트로(86)는 의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2021년까지 공산당 최고위직은 유지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그는 2006년 피델 카스트로(2016년 사망)로부터 임시로 의장직을 물려받은 이래 12년간 국가수반 역할을 해 왔다.
디아스-카넬은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해 총리에 취임한 이듬해인 1960년에 태어났다. 그의 집권은 ‘포스트 혁명 세대’의 첫 집권 사례인 셈이다.
라스 비야스의 센트럴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20대 초 청년공산주의자동맹(Young Communist League)의 일원이 되어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33세엔 청년공산주의자동맹의 2인자 자리에 올랐다.
43세 때인 2003년엔 최연소로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됐고 2009∼2012년 고등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2012년 국가평의회 부의장, 이듬해에 수석부의장에 올랐다.
라울 카스트로로부터 “사상적으로 확고하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지난 5년간 라울의 오른팔이었다. 공식적으로 후계자로 거론된 적은 없지만 BBC는“그가 권력 승계를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BBC는 “카스트로가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는 한, 디아스-카넬이 집권해도 쿠바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어떤 변화든 점진적이고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의 앞에 수많은 과제가 쌓여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가 권력과 함께 경제 침체와 더딘 개혁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 등 숙제도 넘겨받았으며, 우방인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에 따른 타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과의 관계 회복 등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