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전협정, 평화체제로 바꿀 방법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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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간에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극비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폼페이오 극비 방북, 김정은 만나 #트럼프 “남북, 종전 문제 논의 축복”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한반도 안보 상황을 궁극적으로 평화적인 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하나의 방안으로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르면 한반도는 전쟁이 끝난 종전이 아니라 정전 상태다.

이 관계자는 평화체제로의 전환 논의에 대해 “관련 당사국들과 북한을 포함해 긴밀히 협의해야 하는 그런 과정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꼭 ‘종전’이라는 표현이 사용될지는 모르겠지만 남북 간에 적대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합의가 되길 원하고, 그러한 표현이 정상회담 합의문에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한다는 취지라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김정은 체제 보장의 성격으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비밀 접촉도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가 지난주 북한에서 김정은을 만났다”며 면담 사실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은 매우 부드럽게 진행됐으며,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또 “정상회담의 세부 사항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비핵화는 세계뿐 아니라 북한에도 훌륭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특사와 불량국가의 수장이 특별한 만남을 가진 건 트럼프와 김정은의 핵무기 프로그램 논의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려는 노력”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 비핵화와 한국전쟁 종전 선언 등 의제 조율을 비롯해 5월 말~6월 초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더욱 속도를 높이게 됐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방북 때 백악관이나 국무부 관리들이 아니라 중앙정보국(CIA) 관리들만 대동했다고 CNN은 전했다. 현직 CIA 국장 신분으로 북한 정찰총국과의 비공개 채널을 통해 방북했다는 의미다. 폼페이오-김정은 면담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이래 최고위급의 접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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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개인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장에서 “우리는 북한과 매우 높은, 극도로(extremely) 높은 수준의 직접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북·미 간 원활한 협의를 전제로 ‘6월 초 또는 그 이전’에 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논의가 잘 안 되면 회담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가 취해 온 매우 강력한 노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대북 압박과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또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5개 후보지를 정했다”며 미국은 후보지가 아니라고 밝혔다. WP는 한반도가 아닌 아시아와 유럽이 개최 후보지에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한 간 종전 문제가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논의되고 있으며 이 같은 논의를 지지한다고 공개했다. 그는 “그들(남북한)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 정말로 축복한다”고 말했다.

홍주희·강태화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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