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를 요구한 이유는 ‘예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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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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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을 이끌었던 김모(48)씨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에 대선 후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한 이유가 예언서에서 비롯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공모 회원 A씨와 B씨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 익명으로 응했다. 이들은 경공모가 변질했다며 다른 회원들에게 “허황한 꿈에서 깨어나자”고 호소했다.

노비부터 우주의 등급제 모임…드루킹은 ‘추장님’

2014년 드루킹이 만든 경공모는 한때 회원 수가 2500명 정도에 이르렀으며 약 500명이 열성적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A씨는 “기본적으로 회원들 성향은 진보적이고, 민주시민이라고 자칭하며 깨어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5등급으로 나누어지는데 신입 회원은 ‘노비’로 불렸다. 가장 높은 등급은 ‘우주’였으며 드루킹 등 등급이 높은 회원들은 예를 갖춰 ‘추장님’으로 불렸다.

“예언서 ‘송하비결’에 통달했다는 드루킹”

A씨는 “일반인들은 좀 황당할 수도 있지만 드루킹의 강의를 들어보면 쉽게 빠져들고 흥미를 끈다”고 말했다. B씨 역시 “드루킹이 처음 경제 상황 분석할 때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상당히 매료됐다”며 “드루킹이 예언서 ‘송하비결’ 등 인간의 운세를 보는 데 통달했다고 자부했었다”고 전했다.

이 ‘송하비결’을 분석한 결과 ‘일본 대 침몰설’이 나왔다고 회원들은 이야기한다. 드루킹이 “일본은 결국 침몰할 것이며 거기서 나온 이재민들이나 피난민들을 개성공단에 이주시키고, 이주비용을 우리의 자금원으로 쓰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사카 총영사가 돼 일종의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었다고 회원들은 전했다. 특히 B씨는 “해상자위대 함대를 인수해서 향후 있을 중국 내전에 우리가 투입할 수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회원들에 ‘옴마니반메훔’ 항상 외우게 해”  

B씨에 따르면 드루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청와대에서 날렸다”고 했다. 드루킹 모임이 안 전 지사와 연결되는 것을 두려워해 청와대가 안 전 지사의 정치적 기반을 잃게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드루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연관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B씨는 ‘이쯤 되면 유사종교로 들린다’는 질문에 “경공모 회원들에게 6자 대명왕 진언이라는 ‘옴마니반메훔’을 항상 읊게 했다”며 “지금도 여전히 읊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공모는 비밀결사 조직”

A씨는 자신이 익명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관해 “우리는 비밀결사 조직이라는 이야기를 회원들이 항상 한다”며 “조직 내 배신자는 끝까지 쫓는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어느 순간부터 경공모가 반사회적인 집단이 되어 갔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미국의 무력 충돌이나 일본 대지진으로 평창 겨울올림픽은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을 믿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공모 회원 여러분, 우리가 믿었거나 믿고 있는 것들을 돌아봅시다. 괴물이 된 우리가 보이지 않나”라면서 “간절히 호소드린다. 부디 거짓 허황한 꿈에서 깨어나자”고 호소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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