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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변호사 "화석 연료 때문에 일찍 죽는다"며 분신으로 사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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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뉴저지 대법원에서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발언 중인 데이비드 버켈 변호사. [AP=연합뉴스]

2006년 뉴저지 대법원에서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발언 중인 데이비드 버켈 변호사. [AP=연합뉴스]

미국에서 동성애 권익 옹호와 환경보호 운동을 해오던 유명 변호사가 화석연료 등에 따른 지구 황폐화를 경고하며 분신자살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데이비드 버켈(60) 변호사가 14일 아침 뉴욕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공원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사망한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그의 유서가 남아있었으며, 그는 분신 직전 같은 내용의 유서를 뉴욕타임스 등 일부 언론에 이메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버켈은 새벽 5시 55분 경 언론사에 보낸 유서에서 "공기, 흙, 물, 기후 할 것 없이 오염이 이 지구를 황폐화하고 있다“며 "지구 상 대부분의 인간은 지금 화석연료로 인해 건강에 해로운 공기를 마시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그 결과로 일찍 죽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화석연료를 이용해 조기에 생을 마감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하고 있는 행동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화석연료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화석연료를 이용해 분신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힘들게 노력해도 세상을 나아지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영예로운 목적의 삶을 살면 영예로운 목적의 죽음도 얻는다”고 썼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영예롭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도 유서에 쓴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경찰은 6시 30분에 버켈이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사인은 ‘자살’이었다.

데이비드 버켈은 성적소수자(LGBT) 권리 옹호 단체인 '람다 리걸(Lambda Legal)'에서 동성결혼 프로젝트 담당자 겸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1993년 네브래스카주에서 남성들에게 성폭행 후 살해당한 '브랜던 티나 사건'의 수석변호사로 활동하며 동성애·성소수자 권익을 대변하는 변호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Boys Don't Cry)가 1999년 제작됐을 때 티나 역을 맡았던 힐러리 스왱크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람다 리걸의 전 변호사인 수잔 소머는 “결혼에 있어서 자유와 평등 개념을 설계한 사람 중 하나”라고 그를 회고했다. 람다리걸에서 일하던 때, 그는 뉴저지와 아이오와주의 결혼 관련 사건 해결의 배후에 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람다 리걸'을 떠난 이후에는 환경운동에 몸담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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