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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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3국> ●안국현 8단 ○탕웨이싱 9단

8보(111~122)=국지전이 일단락됐다면 다른 큰 자리를 찾아 떠나야 할 때다. 현재까지 밑그림이 완전히 그려지지 않은 곳은 우변이다. 탕웨이싱 9단은 112로 우변 집 문을 우상에서부터 걸어 잠갔다. 그쪽을 마감하는 게 현재로썬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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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국현 8단은 ‘참고도1’을 보여주며 “백1이 가장 큰 자리였다. 실전 112는 실수였던 거 같다”고 말했다. 흑이 최대로 우상을 삭감할 수 있는 수는 흑2, 4뿐인데, 막상 집으로서의 가치가 작아 흑이 이렇게 두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백1은 ‘참고도2’처럼 백3으로 나와 폐석이었던 하변 백 석 점을 활용하는 맛까지 남아있어 쏠쏠하다.

참고도1

참고도1

112는 여러모로 소극적이고 아쉬운 선택. 이제는 상대의 나태한 실수를 호되게 응징해야 할 타이밍이다. 흑이 113으로 삭감해 들어간 것까진 출발이 좋았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나 싶었던 반격은 너무나 빨리 불발됐다. 115, 117로 흑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만 것이다.

참고도2

참고도2

115를 두기 전에 흑은 A나 B로 침투해 백 모양의 약점을 노렸어야 했다. 또는 C로 우상에서 활용을 끌어낸 다음, 실전처럼 삭감하는 걸 고민했어야 했다. 우변이 결정된 다음 C로 붙이면 흑이 원하는 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실전은 너무 싱겁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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