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위대의 사드 반대에 빌미 주는 국방부와 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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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북 성주군에서 어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 내부 공사 장비 반입을 놓고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21일 이후 112일 만이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사드 기지에 모래·자갈을 실은 덤프트럭 등 차량 15대를 반입할 예정이었다. 기지에서 근무 중인 한·미 양국 군인 400명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공사를 위해서다. 이들은 그동안 창고와 복도에 야전침대를 깔고 생활하거나 헬기로 운반된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워 왔다고 한다. 하지만 사드 기지를 반대해 온 시위대 150여 명이 차량 진입을 막으면서 경찰 3000여 명과 충돌했다. 이 와중에 시위대 3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

최근 국방부는 시위대와 타협점을 모색했으나 그저께 결렬됐다. 시위대는 공사 장비 반입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시위대 대표 1명이 기지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군이 거부하면서 양측이 이날 충돌했다. 국방부와 시위대는 이날 정오부터 협상을 벌여 지난해 11월 기지 안에 반입했던 포클레인·불도저·지게차 등 장비를 모두 반출하되, 주말까지는 장비를 추가로 반입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우리는 국방부가 이렇게 불법 시위대에 굴복한 것은 사드에 미온적인 청와대의 눈치를 살폈기 때문이 아닌지 묻고 싶다.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사드 발사대는 지난해 4월 26일 2기, 9월 8일 4기 등 모두 6기가 반입됐지만 실전 배치용 공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국방부는 주민 반발을 이유로 일반환경영향평가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남북대화 국면이라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사드 배치 후속조치에 시간을 끌면서 시위대에 빌미를 주고 있다. 정부는 잘못된 태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