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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에 넘긴 청와대, '김기식 물타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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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청와대가 12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적법성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이유지만 당장 야당은 “헌법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김 원장의 사퇴를 막기 위한 물타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선관위가 적법성 판단해 달라" 질의 #의원 피감기관 출장 167건 공개 #“김, 도덕성 평균 이하인지 의문” #야당 “의원 사찰, 입법부에 선전포고” #선관위 “해외출장 우리 분야 아닌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관위에 질의사항을 보냈다”며 “법률적 쟁점에 대해 공식적인 판단을 받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질의 내용은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를 하거나 보좌 직원에게 퇴직금을 주는 것 ▶피감기관의 비용 부담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것 ▶보좌 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 출장을 가는 것 ▶해외 출장 중 관광을 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다.

김 원장은 19대 의원 시절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우즈베키스탄(2014년 3월, 한국거래소) ▶미국·유럽(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인도(2015년 5월, 우리은행)에 피감기관 비용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임기 종료(2016년 5월 29일) 직전에는 유럽 출장 비용과 보좌진 퇴직금을 정치후원금에서 충당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19대와 20대 국회의원 해외 출장 사례를 조사해 봤다”며 결과도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16곳의 피감기관 지원으로 19·20대 의원이 해외 출장을 간 경우는 167차례(민주당 65차례, 자유한국당 94차례)고, 김 원장처럼 동료 의원 없이 홀로 출장을 간 경우는 국가보훈처 네 번, 한국가스공사 두 번, 동북아역사재단 두 번, 한국공항공사 두 번 등이었다. 김 대변인은 “수천 곳에 이르는 피감기관 가운데 고작 16곳만 살펴본 경우로 전체 피감기관을 들여다보면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며 “이런 조사 결과를 볼 때 김 원장이 자신의 업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됐거나 일반적인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 감각을 밑돌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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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질의를 받아든 선관위는 난감한 상황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해외 출장 부분은 선관위 업무 분야가 아니어서 내부 논의를 거쳐 답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 원장의 논란을 선관위 질의와 동시에 여야 모두의 문제로 끌고 가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발표는 입법부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청와대가 19·20대 의원 해외 출장 사례를 전수조사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국회의원에 대한 전면 사찰이자 입법부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정권 차원의 김기식 물타기에 나섰다”며 “적폐 청산을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가 고작 한다는 게 서로 다를 바 없는 적폐들이니 건드리지 말고 퉁치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허진·안효성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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