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 ‘아파트 밧줄 살인범’, 2심서 35년으로 감형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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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5일 경남 양산시 한 아파트에서 외벽 작업자 밧줄을 잘라 살해한 사건 현장에 놓여 있는 피해자 밧줄과 죽음을 애도한 하얀 국화.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5일 경남 양산시 한 아파트에서 외벽 작업자 밧줄을 잘라 살해한 사건 현장에 놓여 있는 피해자 밧줄과 죽음을 애도한 하얀 국화. [연합뉴스]

아파트에 매달려 외벽 도색을 하던 작업자의 밧줄을 끊어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범행 동기는 작업자가 켜놓은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는 것이다. 특히 숨진 피해자가 아내와 고교 2학년생부터 생후 27개월까지 5남매, 칠순 노모 등 일곱 식구의 가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샀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 김문관)는 12일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서모(42)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서씨는 지난해 6월 8일 오전 8시 13분쯤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외벽 도색 작업을 하던 김모(46)씨의 유일한 생명줄인 밧줄을 커터칼로 끊어 13층 아래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6월 15일 경남 양산 아파트 주민들이 밧줄 절단사건 용의자의 현장검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5일 경남 양산 아파트 주민들이 밧줄 절단사건 용의자의 현장검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서씨는 범행 당시 정신질환과 음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고 양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소중한 생명을 빼앗아 김씨 배우자, 다섯 자녀가 단란하게 살던 한 가정에 가늠할 수 없는 깊은 고통과 슬픔을 준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범행은 일반적인 법 감정으로 용납될 수 없다”며 “누범 기간 또 범행을 저질러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전제했다.

2심 재판부는 또 “다만 피고인이 원만하지 못한 가정에서 적절한 훈육을 못 받아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게 됐고 과도한 음주습관까지 더해져 일용직 외에 고정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채 가족의 외면을 당해온 점,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양극성 정감 장애, 조증 에피소드 증세, 알코올 장애 증상도 있어 정상인과 같은 온전한 상태로 보기 힘든 점 등을 고려해 원심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된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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