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 시위대 못 막은 3000명 경찰…시위대와 협상한 국방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성주군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기지에 시설 공사를 하기 위한 장비와 자재 반입이 사드 반대 시위대에 막혀 무산됐다.

12일 오전 사드 반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 3000여 명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사드 반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 3000여 명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12일 모래ㆍ자갈을 실은 덤프트럭 8대 등 차량 15대를 사드 기지 안으로 들여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4시부터 사드 반대 단체 회원과 성주 주민으로 이뤄진 시위대 150여 명은 사드 기지로 향하는 길목인 진발교 일대를 막아섰다.

시위대는 알루미늄 봉으로 만든 격자형 틀을 다리 위에 설치한 뒤 칸마다 한 명씩 들어가 앉는 방식으로 다리를 봉쇄했다. 사람들 위로 초록색 그물도 덮었다. 경찰이 사람들을 쉽게 끌어내지 못 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혹시 모를 추락 사고에 대비해 진밭교 아래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오전 10시 35분쯤 시위대 강제해산 작전에 3000여 명을 투입했다. 그러나 3000명의 경찰은 150명의 시위대를 감당하지 못했다. 시위대가 틀을 붙잡고 버티는 데다 다리 폭이 좁아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크고 작은 부상도 속출하면서 경찰은 낮 12시쯤 작전을 중단했다.

이후 국방부는 시위대와 대화에 들어갔고 오후 2시쯤 협상이 타결됐다. 국방부가 이미 사드 기지에 들어간 노후 장비만 빼내는 조건으로 시위대가 봉쇄를 푼 것이다. 국방부는 빈 트레일러 12대에 사드 기지에 있던 굴삭기ㆍ롤러 등 공사 장비를 실어 반출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 장비들은 지난해 11월 반입한 것들로 추후 관리가 쉽지 않아 노후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주말까지는 장비를 반입하지 않기로도 시위대와 합의했다.

국방부가 이날 반입하려던 장비와 자재는 사드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과 미군 400여 명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공사를 위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자재 반입이 시위대에 막혀 환경 개선 공사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로 인해 사드 기지 안 미군은 창고나 복도에서 야전침대를 깔고 생활한다. 조리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헬기로 수송한 전투 식량을 주로 먹는다. 차량 통행도 시위대에 막혀 기지 밖 출입시 헬기를 이용한다. 군 관계자는 “장마철을 앞두고 시설 공사를 해야 한다. 며칠 전 비가 왔을 때도 천장에서 물이 샜다”며 “공사를 끝마치는 데는 3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오폐수 시설 공사도 시급하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미군은 한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반대 시위대 측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물과 식량의 사드 기지 반입은 허용한다”면서도 “사드를 완전가동하는 데 필요한 공사는 반대한다. 이는 사드의 한반도 영구 주둔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드 체계는 시설 공사가 안 돼 운용에 어려움은 있지만 유사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은 가능한 임시배치 상태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사드 체계는 1개 포대가 1조원에 달할 만큼 미국에서도 값비싼 무기”라면서 “사드 배치를 부른 북핵 등 안보상황이 나아지면 한국이 원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사드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기지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도 지난해 10월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 평가는 최소 1년이 걸린다. 국방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시작하려면 미군으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아야 하는데, 미군이 아직 사업계획서를 완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군과 공여 부지 면적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중앙일보 3월 26일자 10면>

국방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민·군 협의는 주민 피해를 최소하하면서 공사와 통행 보장을 위한 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시위대 측과 16일 통행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성주=김정석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