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기식 검찰 수사, 국민이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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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야당 등이 국회의원 시절 행적을 문제 삼아 고발했고, 대검찰청은 어제 “이른 시일 내에 담당 검찰청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 원장의 ‘과거사’는 도덕성 문제를 넘어 사법적 사안이 됐다. 의혹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그가 문재인 정부 실세들과 가까운 고위 공직자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단순 고발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 원장 관련 의혹은 크게 세 갈래다. 하나는 피감 기관인 은행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돈으로 간 외유성 해외 출장 문제다. 그는 인턴을 동반해 관광지를 돌아다녔다. 검찰은 유사한 사례에서 여행 경비를 뇌물로 판단한 적이 있다. 둘째는 불법 후원금 수수 의혹이다. 그는 조현준 효성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조현문 부사장의 부인 명의로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는데, 수개월 뒤 금감원에 조 회장 비리 조사를 요구했다. 셋째는 재산 문제다. 2013년 약 4억8000만원이었던 그의 재산은 3년 뒤 9억원대(후원금은 제외)로 불어났다. 의원 활동 경비나 후원금이 재산 증식의 원천이었다면 횡령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

그런데 검찰 수뇌부는 사건 배당에서부터 좌고우면하고 있다. 검찰 측은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남부지검이 맡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작도 하기 전에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김 원장 외유에 대해 “적법하다”며 이미 선을 그은 것과 무관치 않을 수도 있다. 검찰이 ‘적폐 청산’ 수사에서 보인 것만큼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이 수사 결과에 수긍할지 의문이다. ‘정치 검찰’이라는 꼬리표도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죽은 권력’에 대한 1년 이상의 집요한 수사를 목도해 온 국민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태도를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