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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위터 경고 “러시아 준비하라, 미사일 시리아 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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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왼쪽)가 1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바샤르 자파리 유엔 주재 시리아 대사와 긴밀히 대화하고 있다. 이날 안보리에서는 미·러가 각기 자국 입장을 담아 제출한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진상조사를 위한 결의안이 모두 부결됐다. [AP=연합뉴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왼쪽)가 1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바샤르 자파리 유엔 주재 시리아 대사와 긴밀히 대화하고 있다. 이날 안보리에서는 미·러가 각기 자국 입장을 담아 제출한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진상조사를 위한 결의안이 모두 부결됐다. [AP=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군 소행으로 의심되는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해 미국이 프랑스·영국 등 동맹국들과 공동 군사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진상조사를 위해 각각 제출한 결의안이 부결되면서다. AP통신은 “동맹국의 대시리아 군사 공격이 이르면 주말에 이뤄질 것이라고 미 관료들이 말했다”고 이날 전했다.

화학무기 결의안 부결 뒤 군사 압박 #“국민 가스살해 짐승의 파트너 안 돼” #미국 항모 트루먼 지중해로 이동 #여객기 시리아 72시간 비행주의보 #마크롱 “화학무기 시설 공격 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11일 “러시아는 시리아에 발사되는 미사일을 모두 격추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러시아는 준비하고 있어라. 멋지고 새롭고 스마트한 미사일이 갈테니”라고 적었다. 또 “러시아는 자국민을 가스로 살해하고 즐기는 짐승(시리아 정권)의 파트너가 돼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해군력을 지중해상에 결집시키고 있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 등에 따르면 해리 트루먼 항공모함 전단이 11일 지중해 해역으로 출발한다. 이 항모전단은 유도 미사일 순양함 노르망디, 이지스 유도 미사일 구축함 알레이버크, 구축함 제인슨 던햄 등 총 7척의 함정과 6500여 명의 승조원으로 구성돼 있다. 트루먼 함은 웬만한 중형국가의 항공력과 맞먹는 전투기와 조기 경보기, 헬기 등 90여 대의 함재기를 싣고 있다. 미 해군은 독일 해군의 유도 미사일 호위함도 항모전단에 합류해 초계 임무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언론은 유도미사일 구축함 도널드 쿡이 이미 동부 지중해상에서 작전 대기 중이며 또 다른 한 척도 시리아 해안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로 예정된 취임 후 첫 남미 순방도 취소하고 시리아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자 정부군의 화학무기가 저장돼 있는 시리아 중부 비행장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을 발사했었다. 이번에는 지난해보다 공격 규모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와 다른 또 한가지는 이번에는 미국이 영국·프랑스 등 동맹국과 군사 공조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제 궁 기자회견에서 프랑스가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관련한 군사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동맹국인 미국·영국과 전략적·기술적 정보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며칠 내로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방 국가들이 “강력한 공동 조처”를 취하길 원한다고 강조해 공동 군사옵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강력한 후원자인 이란과 중동 라이벌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서방의 군사 대응에 협조할 뜻을 비쳤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마크롱과 파리에서 회담을 하고 “동맹들이 우리의 협력 국가들과 함께 하길 원한다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방의 군사 대응은 시리아의 후원국인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핀셋 공습’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ABC뉴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시리아 군사 옵션에는 아사드 정권의 군 사령부나 통제 본부를 타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옵션은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이 위치한 지역을 공격하는 안이다. 마크롱 대통령도 “우리의 결정은 시리아의 동맹들이 아닌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시설을 공격하는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공습에 대비한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 항공교통통제기구인 유로컨트롤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향후 72시간 이내에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있을 수 있다며 지중해 동부 해상을 지나는 항공기에 주의를 당부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항공관제 당국도 자국 항공사들에 시리아 상공을 지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알렸다. 현재 시리아 상공을 지나는 민간 항공기는 시리아항공과 레바논 중동항공뿐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화학 무기 공격을 부인해온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란에 특사를 보내 대응책을 논의하도록 했다. 시리아 정부는 “와서 보라”며 화학무기 금지기구(OPCW)를 동구타 두마 지역으로 초대하는 동시에 경계 태세를 최고치로 높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시리아 군사공격이 임박하면서 국제유가도 요동치고 있다.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5.51달러를 기록해, 이틀 동안 5.5% 뛰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장중 배럴당 71달러를 넘었다. 지난 2014년 12월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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