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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TED]'미투 운동', 세계 지식인의 잔치 달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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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배우 트레이스 엘리스 로스가 10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TED 콘퍼런스 첫 세션 첫 강연자로 나와 '미투운동'에 불을 붙였다. 그는 2018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할리우드 내 성추행 문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한 바 있다. [TED 동영상 캡처]

미국 여배우 트레이스 엘리스 로스가 10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TED 콘퍼런스 첫 세션 첫 강연자로 나와 '미투운동'에 불을 붙였다. 그는 2018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할리우드 내 성추행 문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한 바 있다. [TED 동영상 캡처]

‘지금껏 억눌러왔던 분노를 드러내고, 변화를 향해 함께 행동하자.’

과학기술의 미래와 꿈을 얘기하던 TED가 올해는 분노와 저항으로 첫‘포문’을 열었다. 10일 오후(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TED 콘퍼런스의 첫 세션 주제는 ‘파멸과 어둠ㆍ분노 그리고 봉기’였다. 강연은 최근 한국사회는 물론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미투(Me-too) 운동’과 최근 미국사회에서 목소리를 더 높여가고 있는 총기규제로 시작했다.

이젠 억눌렸던 여성의 분노 표출할 때 

첫 강연자는 2018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내 성추행 문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등장했던 여배우 트레이시 엘리스 로스였다. 그는“이제 여성들은 평생 무시받고 공격당하고 억눌러와야 했던 분노를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남성의 나쁜 행동에 대해 여성이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TED에 참석한 남성 관중에게는“변화를 향해 함께 행동하는 협력자가 되자”고 호소했다.

엘리스 로스에 이어 등장한 둘째 강연자는 올 2월 총기난사 사건으로 17명이 목숨을 잃은 미국 플로리다 스톤맨더글라스고교의 역사 교사 다이앤 월크-로저스였다. 탄식 소리로 강연을 시작한 그는 “악몽 같던 그날이 벌써 두 달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내 귀엔 그때의 총성과 비명소리가 쟁쟁하게 울리고 있다”며 눈물을 머금었다. 월크-로저스는“이제는 사람들이 총기를 내려놔야 할 때”라며“국가적 차원에서의 총기규제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TED 2018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 {사진 TED]

TED 2018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 {사진 TED]

페이스북ㆍ구글은 위험한 제국

‘가상현실(VR)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재런 래니어는 “우리는 페이스북ㆍ구글과 같은 회사를 ‘소셜 네트워크’라 부르지 말고, 소비자의 행동을 이용해 돈을 버는 제국이라 불러야 한다”고 비판해 화제를 낳았다. 래니어는 “이 같은 시스템이 1990년대 말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공짜 인터넷과 광고라는 치명적인 실수에서 시작했다”며 “유일한 해법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인터넷은 공짜’라는 운명적인 결정을 되돌려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공짜 이용을 빌미로 이용자의 다양한 정보를 모아 이를 광고에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10일 첫 세션의 마지막 연설자로 나선 퓰리처상 수상자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일반적이 우려와 달리 인류는 과거보다 행복해지고 발전하고 있다”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인 핑커 교수는 역설적 주장의 근거로 구체적 통계를 제시했다. 30년 전 23건이던 지구촌 전쟁이 지금은 12건으로 줄어드는 등 독재ㆍ핵무기ㆍ살인ㆍ빈곤ㆍ오염 등이 과거보다 크게 감소한 반면, 세계 사람들의 86%가 과거보다 더 행복해졌다고 느낀다는 게 핑커 교수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세계 곳곳의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데다, 미디어의 속성상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것을 뉴스로 더 많이 알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일 개최된 TED 2018 컨퍼런스의 정식 세션 전에 'TED 펠로우' 강연도 열렸다. [사진 TED]

10일 개최된 TED 2018 컨퍼런스의 정식 세션 전에 'TED 펠로우' 강연도 열렸다. [사진 TED]

유발 하라리 등 명사들 강연자로 나서  

한편 2018 TED는 ‘놀라움의 시대(The Age of Amazement)’라는 주제 하에 오는 14일까지 5일간 열린다.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와 화성탐사에 도전하는 스페이스X의 그윈 숏웰 대표, 구글차이나의 대표를 지낸 카이푸 리 등이 주요 강연자로 나선다.
TED의 총괄진행을 맡은 크리스 앤더슨 대표는 “이번 TED의 주제 ‘놀라움의 시대’에서 놀라움이란, 긍정인 의미뿐 아니라 부정적 의미도 들어있다”며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올 미래의 양면을 모두 짚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TED는 세계 각국 지식인들이 과학기술과 예술ㆍ인문학을 넘나드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나누는 세계인의 지식나눔 축제다.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기술(Technology)ㆍ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ㆍ디자인(Design) 세 가지의 주제로 ‘공유할 만한 정보(ideas worth spreading)’를 나누는 작은 모임으로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강연을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실험으로 21세기의‘연설 르네상스’를 열었다.

올해 TED에는 정보기술(IT) 위주의 혁신적 스타트업이 행사장 내에 전시 공간을 갖는 ‘테크니컬 플레이그라운드’도 마련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과 같은 국제적 전시회 겸 콘퍼런스로 발돋움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밴쿠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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