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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삼성물산 지분 전량 처분···지배구조 개선 신호탄

중앙일보

입력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논란의 중심에 있던 삼성물산 지분 매각에 착수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SDI는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지분 2.11%)를 모두 매각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이날 종가기준으로 처분 금액은 약 5822억원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 7개 중 3개가 끊어지게 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삼성SDI가 가진 삼성물산 주식 전부를 처분하라”고 통보한 데 따른 조치다.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했던 지난 2015년 12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에 옛 제일모직 주식 500만주만 처분하도록 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옛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도 모두 매각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뒤집어 논란이 됐다.

공정위가 정한 기한은 오는 8월 26일까지지만 삼성은 정부 방침에 따라 순환출자의 매듭을 조기에 풀자는 차원에서 매각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이에 더해 삼성전기(2.61%)·삼성화재(1.37%)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도 팔아 삼성 계열사의 7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순환출자는 계열사 주식 소유관계가 A→B→C→A 등으로 순환되는 구조다.

여기에는 삼성전기ㆍ삼성SDIㆍ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이 없어도 삼성물산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는 현재 30%가 넘는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남은 과제는 삼성생명(8.27%)과 삼성화재(1.45%)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이다. 현 정부의 금산분리가 본격화하면 이들은 삼성전자 주식 상당 부분을 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삼성 계열사나 대주주 일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지분을 삼성전자에 넘기고, 그 매각 대금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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