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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 밤새 엎치락 뒤치락 한 STX조선 운명…공은 장관회의로

중앙일보

입력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정부와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을 상대로 요구한 생산직 인건비 75% 감축을 골자로 한 자구안과 이에 동의하는 노동조합 확약서 제출 시한인 4월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정문 앞에 회사 정상화를 촉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정부와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을 상대로 요구한 생산직 인건비 75% 감축을 골자로 한 자구안과 이에 동의하는 노동조합 확약서 제출 시한인 4월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정문 앞에 회사 정상화를 촉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회생→법정관리(법원 주도 기업회생절차)→또다시 회생 검토.' 10일 새벽, STX조선해양의 운명은 세 차례 뒤바뀌었다. 최종 운명은 산업은행의 손을 떠나 조만간 열릴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에서 결정된다. 산경장 회의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등 국내 산업 경쟁력과 구조조정 등을 논의하는 정부 내 협의체다.

최대주주이자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STX조선 측에 지난 9일 자정까지 자구안에 대한 노사 확약서 제출을 요구했다. '고정비를 40% 절감하라(생산직 75% 인력 감축)'는 자구안에 노사가 동의해야 산은은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등 조선소 영업에 필요한 금융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STX조선 노사는 9일 자정을 넘긴 새벽 1시10분쯤 "자구안 합의에 근접했고 10일 오전 노사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STX조선 안팎에선 노사 확약서 제출 시한은 넘겼지만, 노사가 어렵게 합의한 과정을 존중해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산은은 STX조선 노사의 발표가 있었던 20분 뒤 보도자료를 내 "노조의 자구계획 제출 거부로 STX조선은 창원지방법원 앞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제시한 시한에 맞춰 노사 확약서가 제출되지 않았으니 원칙대로 법정관리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날 오전 8시쯤 산은은 "STX조선의 노사 확약서가 제출되면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검토해 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혀 또다시 회생을 검토할 여지를 뒀다. STX조선은 현재 청산가치가 계속 기업을 운영했을 때의 가치(계속기업가치)보다 높아 법정관리가 진행되면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

STX조선이 10일 제출할 노사 확약서에는 산은이 요구한 대로 "고정비를 40% 절감(생산직 75%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695명에 달하는 생산직 노동자를 200여명만 남기고 나머지 인력들은 희망퇴직을 받거나 협력사로 이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산은이 제시한 자구안을 노사가 극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에 산경장 회의에서도 이를 수용해 법정관리 절차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은은 정부 산하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산경장 회의에서 결정되는 대로 STX조선 처리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경장 회의가 자구안을 수용하게 되면 STX조선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 등을 지원받아 다시 수주 영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선수금환급보증이란 발주처가 조선소에 일감을 맡기고 내는 일종의 계약금(선수금)에 대해 은행이 보증을 서 주는 것으로, 재무 역량이 낮은 조선사는 이 보증 없이는 수주를 받기 어렵다.

STX조선 관계자는 "선수금환급보증만 발급되면 중형 탱커, 소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영업에 나설 수 있다"며 "최근 가스선 수주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회사도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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