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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으로 몰리는 한국GM 부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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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최범영

최범영

한국GM의 노사 갈등으로 경영 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한국GM 협력사를 비롯해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공장 가동률 떨어져 매출 큰 타격 #일부 업체 물품 대금 제때 못 받아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최근 일반직 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이 지속하면 협력사에 지급할 부품대금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부품이 조달되지 않아 한국GM 일부 라인 가동이 멈추면 결국 한국 부품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 최범영 이원솔루텍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GM 가동률이 하락하면, 외국 기업은 한국 부품사 물량의 대안을 모색한다. 또 ‘국가 리스크’ 항목에서 점수를 낮춘다. 결국 한국 부품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수주 기회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GM 사태 이후 1차 협력사 공장 가동률이 70% 이하로 하락했다는 것이 한국GM 부품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의 설명이다. 1~3월 누적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줄었다.

부품 대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부품사들도 동요하고 있다. 한국GM 1차협력사인 남선알미늄의 이상일 자동차사업부문 사장은 “이미 한국GM이 일부 부품사에 물품 대급 지급을 2주 연장한다는 공문을 보냈었다”며 “1차 협력사가 대금을 못 받으면 2·3차 협력사도 받는 기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과정에서 부품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운명하는 일도 있었다. 최 회장은 “한국GM 협신회(협력업체단체)의 이정우 회장(56·영신금속 사장)이 지난달 31일 별세했다”며 “협신회장으로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는데, 이런 상황이 사인 중 하나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한국GM과 거래하는 부품사를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하면서 영세한 기업은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최 회장은 이런 상황을 전하면서 “원래 금융부문과 산업부문은 정책이 상충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산업정책 측면에서 기업을 뒷받침하는 부서가 산업통상자원부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통상자원부라는 부서가 존재하는지 모를 정도로 정부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힘없는 부품사가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자동차 산업 정책 측면에서 부처 간 조율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조환수 천일엔지니어링 대표는 “노사가 합의에 실패해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에 신차 배정을 포기하면 정말 큰일난다”며 “노사 양측이 대승적으로 타협해달라”고 요구했다. 권오철 광진기계 대표도 “한국 부품기업이 비즈니스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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