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은 이상 고온으로 매화와 진달래, 개나리가 한꺼번에 개화했다. 하지만 최근 갑작스럽게 내려간 이상저온으로 오는 봄이 멈춘듯하다. 여기다 주말과 휴일 동안 일부 지역에 눈이 내렸다. 봄인 줄 알고 피었던 산꽃들이 낮은 기온과 내린 눈으로 제 모습을 간직하지 못하고 시들거나 피는 것을 아예 접었다.
하지만, 이런 저온 영향을 덜 받은 남해 끝자락 경남 거제의 대금산에는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7,8일 이틀간 이곳 군락지 일대에서 진달래축제을 열어야 하지만, 심어 놓은 진달래 묘목을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는 올 축제를 열지 않았다. 거제시는 지난해 11월 대금산 진달래 군락지에 진달래 묘목 4천400 그루를 심었다.
8일 오른 대금산은 해발 437m인 야트막한 산이다. 약 20만 평의 진달래 군락지와 바다 풍광이 어울려 더욱 아름다운 비경을 보여 준다. 특히 동쪽 바다 위에서 떠오르는 아침 일출 빛과 연분홍 진달래꽃과의 조화는 산세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정상석이 있는 전망대에 오르자 먼저 온 산객들이 난간에 기댄 채 동쪽 바다를 바라다보고 있다. 진달래 군락지 뒤로 만개한 하얀 벚꽃도 보인다. 연분홍과 하얀색이 조화롭다.
전망대에서는 멀리 올망졸망 떠 있는 섬 사이로 놓인 거가대교 불빛이 아련하다. 가덕해저터널로 연결되는 거가대교는 거제와 부산을 연결돼 관광과 물류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일본 대마도까지 조망이 가능하다고 한다.
연분홍 진달래는 아침 해가 움직이는 시간에 따라 색이 조금씩 변한다. 시간에 따라 색온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는 것도 지칠 만한데, 최소한 아침 시간 만큼은 그렇지 않은듯하다. 기온은 9,10일 이틀 동안 봄비가 내린 뒤 다시 봄 날씨를 되찾겠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사진·글=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