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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장소로 툭 튀어나온 몽골 울란바토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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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중심가의 야경. [사진 몽골관광국]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중심가의 야경. [사진 몽골관광국]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정보당국이 실무 접촉을 통해 회담 장소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평양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이 응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판문점과 제주도를 제안했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 선뜻 고개를 끄떡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게 제3국 카드다. 제3국으론 스웨덴·스위스·몽골이 꼽히고 있다.

몽골은 그동안 별로 거론된 적이 없는 지역이어서 한국에선 뜻밖이라는 반응들이 많다. 하지만 당사자인 몽골은 아주 진지하다.

지난달 16일 잔다후 엥흐볼드 몽골 대통령 비서실장은 오승호 주몽골 북한 대사와  매뉴엘 미캘러 주몽골 미국 대사 대리를 불러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유치할 의사를 밝혔다. 북한과 미국 외교관은 몽골 정부의 뜻을 본국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고 몽골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미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발표된 지난달 9일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한반도에 오랫동안 기다렸던 돌파구가 마련됐다. 여기 우리의 제안이 있다. 트럼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울란바토르에서 만나느 것이다. 몽골은 가장 편안하고 중립적인 국가다. 우리는 북한과 일본의 접촉 등 중요한 회담의 편의를 마련했다. 몽골은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라는 좋은 유산을 갖고 있다.

지난달 16일 잔다후 엥흐볼드 몽골 대통령 비서실장은 오승호 주몽골 북한 대사를 불러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할 의사를 밝혔다. [사진 Montsame 캡처]

지난달 16일 잔다후 엥흐볼드 몽골 대통령 비서실장은 오승호 주몽골 북한 대사를 불러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할 의사를 밝혔다. [사진 Montsame 캡처]

북한과 일본은 몽골 울란바토르를 극비 접촉의 장소로 자주 활용했다. 2014년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적인 존재인 요코다 메구미의 부모가 북한에 사는 메구미의 딸 김은경과 상봉한 곳이 울란바토르였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는 2013년부터 몽골이 마련한 다자간 민간대화(트랙2)다. 동북아시아 안보를 주제로 연다. 지난해엔 몽골과 6자 회담 국가들(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시민단체가 참가했다.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외교적으로 친하다. 독립 이후부터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었고, 중국의 경제에 크게 의존하는 편이다. 그래서 민주화가 된 1990년 이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썼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국적 훈련인 ‘칸퀘스트’다.

2006년부터 시작한 이 훈련은 몽골군이 주관하고 미 태평양사령부가 후원한다. 이 훈련의 목적은 재난ㆍ재해 발생 상황에서 시민을 보호하고 인도적 지원활동을 펼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몽골군과 미 육군·해병대를 비롯해 호주, 체코, 인도네시아 등이 병력을 보낸다. 중국과 일본도 참가한다. 한국도 해병대와 특전사를 파견한다.

2014년 칸퀘스트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미 육군]

2014년 칸퀘스트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미 육군]

몽골은 남북한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몽골은 6ㆍ25전쟁 때 같은 공산권인 북한의 전쟁고아들을 받아들여 준 인연이 있다.

지리적으로도 유리하다. 북한에서 열차를 타면 중국이나 러시아를 거쳐 바로 갈 수 있다. 항공편으로도 적당한 거리다. 평양~울란바토르 직선거리는 1809㎞다. 3시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는 기체가 아주 낡고 장거리를 날지 않았기 때문에 울란바토르 이상은 힘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에서도 시카고 기준으로 13시간 비행거리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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