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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참담해서 못했던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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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호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호정 문화부 기자

김호정 문화부 기자

합창 지휘자 홍준철은 “조용히 추모하고자 한다”고 했지만 되도록 여럿이 추모할만한 일이라는 것이 내 의견이다. 홍준철이 이끄는 시민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은 2015년부터 4월 공연을 하나 열었다.

2016년과 지난해엔 “마음이 참담해지는 공연이라” 열지 못했고 이달 17일에 두 번째 공연을 한다. 세월호 1주기에 시작한 추모 칸타타 ‘정의가 너희를 위로하리라’다. 작곡가 이건용이 곡과 대본을 쓴 합창 음악은 유튜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캄캄한 물속, 선실 속,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히 묘사돼있어 무겁고 아프다.

하지만 현장에 가야 할 이유는 확실하다. 공연 주최측은 박수를 금지한다. 10곡의 합창,독창과 낭독이 교차하지만 그 사이에 누구도 박수를 쳐서는 안 된다. 화환도 당연히 가지고 갈 수 없다. 꽃이 놓일 수 없는 공연이다.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모든 노래가 끝나면 침묵의 시간이 강제된다. 모두가 어둠 속에서 잠시 생각을 하는 시간이다.

왜 음악인가 4/9

왜 음악인가 4/9

진혼곡은 본래 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작곡가 브람스는 사랑했던 스승 슈만과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삶과 죽음에 대한 강렬한 물음을 가졌다. 그는 10년 동안 성경을 들여다보며 메시지를 찾았다. 이렇게 작곡한 ‘독일 레퀴엠’은 풀과 꽃처럼 언젠가는 스러지는 인간의 영화에 대해, 애통한 자에게 내려지는 복에 대해 만든 음악이다. 브람스가 세상을 떠난 이들에 앞서 남겨진 자들을 먼저 위로하려 했음은 명백하다. 라틴어 대신 독일어로 가사를 써서 종교적 장소 아닌 어느 곳에서나 모두가 위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건용이 한국어로 쓴 ‘정의가 너희를 위로하리라’ 또한 거기에 온 자들을 보듬는다. “가난한 이를 짜내 드리는 제물, 일 없다/억울한 입을 막고 바치는 찬양, 듣기 싫다/(중략)/반갑지 않다, 보기도 싫다, 걷어치워라/너희는 오직 서로 위하는 마음/넘쳐흐르게 하라.”

이 노래를 듣는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무엇보다 시급했던 위로라는 일이 4년 동안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가 알게 될 것이다. 객석이 좁아서 많이 들어갈 수 없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많이 가길 바란다. 음악이, 예술이 얼마나 쓸데 있는 것인지를 알려줄 것이다. 17일 오후 8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회성당이다.

김호정 아트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