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으로 따르던 무녀와 함께 “액운을 없앤다”며 자신이 낳은 아기를 향불로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에 시너를 뿌린 뒤 불을 붙여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이 2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절에 기도하러 보냈는데 # 왜 애를 만들었느냐”며 #6개월 된 아기 몸에 향불 놓으며 학대
부산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최종두)는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아동 유기ㆍ방임) 위반과 사체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0ㆍ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0년쯤 무녀 B씨의 말을 믿고 자신의 아기에게 향불을 놔 학대하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치료는커녕 아기가 숨지자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03년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친언니 소개로 사이비 무녀 B씨를 알게 돼 맹목적으로 따르게 됐다. A씨는 방생 기도로 가족의 액운을 막을 수 있다는 B씨 말에 속아 전국 사찰을 돌았다. 기도 자금을 대느라 많은 대출을 받아 빚 독촉에 시달리던 A씨는 2009년쯤 B씨 권유로 B씨 사촌 동생인 승려가 있는 절에 몸을 숨겼다가 2010년 2월 승려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이 사실을 안 B씨는 “절에 기도하러 보냈는데 왜 애를 만들었느냐”면서 “액운이 사라지지 않아 아기에게도 ‘연비’ 의식을 하겠다”며 6개월 된 아기 몸 곳곳에 향불을 놓는 학대행위를 했다.
A씨는 친엄마면서도 B씨를 제지하지 않고 고통에 우는 아기를 외면한 채 귀를 막았다. A씨는 B씨 지시로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던 아기를 생후 17일 만에 퇴원시키고 신생아 필수 예방접종도 거의 하지 않은 상태였다.
A씨와 B씨는 화상을 입은 아기가 하루 만에 숨지자 시신을 쇼핑백에 넣어 경북의 한 야산에서 시너를 뿌린 뒤 불을 붙여 훼손했다.
7년 동안 묻혀 있던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A 씨 아들이 초등학교 취학 예비소집일에 불참하자 학교 측이 경찰에 A씨 아들의 소재 확인을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무녀 B씨는 2011년 지병으로 사망해 기소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6개월 된 아기를 보호ㆍ양육할 의무가 있음에도 몸에 향불을 놓은 종교 행위인 ‘연비’로 아기를 학대하고 치료하거나 보호하지 않았다”며 “시신까지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A씨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어 “초범인 A씨가 공범인 무녀의 사이비 종교관에 지배당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거나 가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판결을 변경할 사정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