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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내 짙어진 미·중 무역전…환구시보 “미국 쳐부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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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화약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 달러에 1000억 달러 추가 관세 부과 검토를 지시하자 중국은 ‘전시 총동원령’을 내리고 반격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전쟁 의지로 대미 무역전쟁 치르자"며 반격의지 다져 #中 주영대사 “미국 301조 조사는 적나라한 오만과 편견” #“미국 관광객 입장료 25% 추과 부과” 가짜 사진도 유포 #라이벌 제거한 시진핑, 미국 공세에 여론결집 불리하지 않아

중국 대중지 환구시보가 8일 미국의 관세 공세에 ’항미원조 같은 의지로 트럼프 정부의 무역 공격을 쳐부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 캡처]

중국 대중지 환구시보가 8일 미국의 관세 공세에 ’항미원조 같은 의지로 트럼프 정부의 무역 공격을 쳐부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 캡처]

국수주의 대중지 환구시보는 한국전쟁까지 거론하며 자국 여론을 결집했다.
신문은 8일 ‘항미원조(抗美援朝·북한을 도와 미국과 싸웠다는 한국전쟁의 중국식 명칭) 의지로 대미 무역 전쟁을 치르자’는 사설을 싣고 “미·중 양측이 담판 없이 인식차가 끊임없이 확대되면서 실제 무역 전쟁이 폭발할 가능성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선동했다.

사설은 이번 무역 전쟁을 “미국이 중국의 굴기(崛起)를 저지하고 미국의 전면적 우위를 영구화하려는 전략 행동”이라며 “미국과 일본식의 화해모델로 해결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항미원조 같은 의지로 트럼프 정부의 무역 공격을 쳐부숴야 한다”며 “항미원조는 중국에 손실을 입혔지만, 미국이 38선에서 최종 서명하게 하여 워싱턴의 전략적 오만에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또 “무역 전쟁이 수반한 아픔은 중국 경제의 전환과 전략적 혁신 능력을 자극해 중·미의 종합국력을 더욱 빨리 가깝게 만들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며 무역 전쟁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공세에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청명절 연휴에도 성명을 발표하며 적극 항전을 다짐했다.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6일 “미국의 (1000억 달러 관세 추가 검토) 성명은 그 말을 들어보고 그 행동을 살펴보겠다”라며 “만일 미국이 중국과 국제사회의 반대를 고려치 않고 일방주의와 무역보호주의를 고집하겠다면 중국은 끝까지 갈 것이며 반드시 단호히 반격하겠다”고 다짐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중국은 이미 충분히 잘 준비했다. 만일 미국이 1000억 달러의 새로운 관세 부과 리스트를 발표한다면 우리는 조금도 지체 않고 즉시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언의 결기도 강했다. 루 대변인은 “중국인의 일 처리는 예전에도 말한 것은 행동으로 보여줬다”라며 결기를 내비쳤다.

류샤오밍 주영국 중국대사가 6일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에 기고문을 싣고 미국의 301조 조사와 500억 달러의 관세 부과 조치를 ’적나라한 오만관 편견“이라며 비난했다. [중국외교부 캡처]

류샤오밍 주영국 중국대사가 6일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에 기고문을 싣고 미국의 301조 조사와 500억 달러의 관세 부과 조치를 ’적나라한 오만관 편견“이라며 비난했다. [중국외교부 캡처]

주요국 대사도 나섰다. 주 북한대사를 지냈던 류샤오밍(劉曉明) 주영국 대사는 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에 기고문을 싣고 미국의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성토했다.
류 대사는 “미국은 혁신에 강한 국가지만 혁신이 미국의 특허는 아니다”며 “혁신 추동은 중국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이 끊임없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사실을 무시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엄중히 위반한 것일뿐 아니라 적나라한 ‘오만과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SNS에 최근 유포된 후난성 남악형산 매표소의 합성 사진. 미국인 관광객에게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불만은 미국대사관에 문의하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중국 경찰은 거짓 유언비어라고 발표했다. [중국 인터넷 캡처]

중국 SNS에 최근 유포된 후난성 남악형산 매표소의 합성 사진. 미국인 관광객에게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불만은 미국대사관에 문의하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중국 경찰은 거짓 유언비어라고 발표했다. [중국 인터넷 캡처]

중국 네티즌도 반미 감정을 드러내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인터넷에는 최근 후난(湖南)성 형산(衡山) 매표소에 걸린 가짜 안내문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 이 가짜 안내문엔 “내일부터 모든 미국 국적 관광객이 표를 살 때 반드시 25%의 관세를 더 받겠다. 번거롭겠지만 이해해달라. 만일 불편하면 미국 대사관에 문의하시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홍콩 명보는 합성 사진이라고 전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인터넷으로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위법행위라고 경고했다.

웨이젠궈(魏建國)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무역 전쟁이 금융전쟁으로 번지면 중국 내 미국 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웨이 부부장은 “중국은 공격할 선택지가 많다”며 “반도체 기업 퀄컴, 기계류 대형기업 캐터필러는 국가 안보와 환경 검사에서 더 엄격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미 정치적 라이벌을 모두 제거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가 국가주석 임기제 폐지 개헌을 정당화하고 자국 여론을 결집할 수 있어 미국과 타협하기보다는 강공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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