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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넘는 '큰손 예금'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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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 상반기 중 국내 은행의 예금 증가세는 전반적으로 둔화됐지만 5억원 이상의 고액 예금계좌는 오히려 늘었다.

저금리가 계속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움츠러들면서 은행 수신이 늘어나는 속도는 줄고 있지만, 은행들이 앞다퉈 안전자산을 찾는 거액 자산가들을 겨냥한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거액 예금 계좌수는 많이 늘고 있다.

◇은행 수신 증가세 둔화=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상반기 중 은행수신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은행 수신(예금+금전신탁+금융채.CD.표지어음 등) 잔액은 7백7조6천7백4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4조2백20억원(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수신 증가율은 1999년 상반기(1.3%)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계좌수도 올 상반기에 1백76만계좌 늘어나는 데 그쳐 지난해 하반기(7백41만계좌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특히 저축성예금 계좌가 금리가 낮아진 데다 신용카드 발급 요건 강화로 인해 카드결제용으로 신설되는 계좌가 많이 준 탓에 지난해 하반기(6백96만계좌 증가)보다 크게 줄어든 1백1만계좌 증가에 그쳤다.

◇거액 예금계좌는 꾸준히 늘어=5억원 이상 거액 예금계좌수(저축성예금 기준)는 6월 말 현재 6만3천3백계좌로 지난해 말보다 4천4백계좌(7.5%) 늘어났다. 50억원 이상의 '큰 손' 계좌도 4천7백96개로 5억원 이상 고액 계좌의 7.6%를 차지했다.

이들 계좌의 수신액은 1백61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8조4천억원(12.8%)이 늘어났다. 올 상반기 은행 전체 수신 증가액의 77%를 이들 거액 계좌 증가분이 차지했다.

특히 정기예금(전체 8백75만5천계좌)의 경우 계좌수의 62.9%를 차지하는 1천만원 이하 소액 계좌가 전체 예금액(2백62조원)의 9.3%(24조4천억원)에 불과한 반면 전체의 0.5%(4만4천계좌)에 불과한 5억원 이상의 거액 계좌가 예금액의 42.6%(1백12조원)를 차지했다.

은행 수신에서 거액 계좌의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승환 한은 통화금융통계팀 차장은 "SK글로벌과 카드채 사태로 금전신탁 등에서 빠져나온 뭉칫돈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회전식 정기예금이나 주가지수 연동예금 등 단기상품으로 몰린 데다 은행들이 PB업무를 강화하면서 뭉칫돈 유치에 열을 올려 거액 예금계좌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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