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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의 묘’ 만든 日애니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 별세

중앙일보

입력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의 한 장면. [중앙포토]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의 한 장면. [중앙포토]

‘반딧불이의 묘’ 등을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가 별세했다. 82세.
6일 일 언론에 따르면 다카하타 감독은 지난해 여름부터 건강이 악화돼 입퇴원을 반복하다 5일 도쿄도(東京都)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산케이 스포츠는 “심장이 나빴다는 정보도 있다”고 전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교도=연합뉴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교도=연합뉴스]

1935년 미에(三重)현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대 문학부 불문과 재학 시절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졸업 후 도에(東映)동화에 입사했으며, 이때 미야자키 하야오(宮崎監督) 감독을 만났다.
70년대엔 미야자키 감독과 함께 회사를 옮겨 TV 애니메이션 ‘알프스 소녀 하이디’ ‘빨강머리 앤’ ‘미래소년 코난’ 등을 제작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에는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85년엔 미야자키 감독과 지브리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지브리에서 ‘반딧불이의 묘(1988)’ ‘추억은 방울방울(1991)’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1994)’ 등 히트작을 연이어 발표했다.

나오키(直木)상을 수상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반딧불이의 묘’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부모를 잃은 남매의 삶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담은 작품이다. 평론가들은 최고의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이라고 극찬했지만, 전쟁을 미화하고 일본을 희생자로 그렸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런 논란 끝에 한국에서는 2014년에야 정식 개봉됐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의 한국 개봉 포스터. [중앙포토]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의 한국 개봉 포스터. [중앙포토]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일본에서만 25억엔이 넘는 수익을 거둔 흥행작이다. 같은 시기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디즈니의 ‘라이온킹’이 일본에서만큼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에 밀려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2013년엔 14년 만에 발표한 신작 ‘가구야 공주 이야기’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가구야 공주 이야기’는 제87회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으며, 타카하타 감독은 이 작품으로 2015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자신을 ‘현실주의자’라고 불렀던 그는 철저한 취재를 통한 치밀한 묘사, 원작에 충실한 해석, 실감 나는 표현으로 작품 속에서 현실적인 세계를 구현했다.
교도통신은 “타카하타 감독은 미야자키 감독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을 세계에 자랑할만한 문화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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