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중앙일보

입력

3월 29일 오후. 기종 TU-204 항공기 1대가 중국 항저우 샤오산 국제 공항에서 이륙했다. 목적지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항공기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가득 실렸다. 세계 첫 전자상거래 물류 전용 대륙간 항공 노선의 취항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항공기는 베이징을 출발, 러시아의 노보시비르스크,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를 거쳐 모스크바에 착륙할 예정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이 노선에는 전자상거래를 목적으로 한 물류 전용기만 취항한다. 노선은 물류 상황에 따라 매주 1~3회 운영된다.

택배를 싣고 있는 차이냐오의 전자상거래 물류 전용기

택배를 싣고 있는 차이냐오의 전자상거래 물류 전용기

중국이 유럽, 아시아 간 전자상거래 물류 전용 노선을 만든 이유는 그만큼 중국-유럽간 전자상거래 교역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유럽은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수출 1위 시장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산하의 물류 네트워크 차이냐오의 경우, 매달 1000톤 이상의 제품을 러시아로 실어 나르고 있다. 20여대의 물류 수송기를 가득 채워야 소화할 수 있는 규모다.

"일반 물류와 달리 전자상거래는 작은 크기의 택배를 대량으로 운송해야 한다. 그만큼 시간 대비 효율이 중요하다. 또한 통관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일반 물류와 함께 처리할 경우 그만큼 시간이 지연되고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차이냐오의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이냐오는 수 십여개 다양한 규모의 택배 업체로 구성된 물류 네트워크다. 차이나오는 타오바오, 티몰 등 알리바바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택배 운송 수요를 이들 택배 업체들에게 배분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술을 통해 물류 효율을 최대화 하고 있다.

해외 고객들의 주문량이 크게 늘면서 차이냐오는 홍콩, 정저우, 상하이 등 지역에서 해외 전용 택배 운송기를 운영해 왔다. 지난 2017년 솽스이 쇼핑 페스티벌 기간(10월 21일~11월 11일)에는 모스크바, 런던, 암스테르담으로 택배를 실어 나른 항공편이 10대를 넘어섰다.

"수요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물류기를 띄우는 데 한계를 느꼈다. 결국 전자상거래 수요만을 전용으로 한 정기적인 항공 노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항저우 시와 항저우 샤오산 국제 공항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완린 차이냐오 총재의 설명이다.

활발한 전자상거래가 물류업계 지도를 바꾸고 있다.

활발한 전자상거래가 물류업계 지도를 바꾸고 있다.

해외 물류 배송은 중국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지난 2013년 기준 중국 내륙의 한 업체가 유럽에 택배를 보내는데 까지는 약 1달이 걸렸다. 2015년 차이냐오가 다양한 교통수단을 활용한 해외 직구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이 시간은 15일까지 단축됐다. 그리고 이번 전자상거래 전용 노선 취항을 통해 이 시간은 더욱 단축될 전망이다.

전세계 어디든 중국에서 출발한 택배가 72시간 내에 고객에게 배송될 수 있도록 하는게 차이냐오 해외 물류 팀의 목표다.

중국 펑파이 신문에 따르면 차이냐오는 현재 약 80여개 국가의 물류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해외 물류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3월 기준 해외 직구를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물류 창고는 231개로 약 224개 지역에 서비스되고 있다. 향후 5년 1000억 위안을 투자, 전세계 범위의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차이냐오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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