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를 자진 월북자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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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납북자 가족과 관련 단체들이 "납북 피해자를 스스로 북한으로 간 월북자로 표현했다"며 정일용(45) 한국기자협회장의 사과와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납북자가족모임과 피랍.탈북인권연대는 3일 성명을 내고 "정 회장이 1일 한 TV방송에 나와 지난달 금강산 이산상봉장에서 벌어진 북한 측의 취재 방해 사태에는 입을 다문 채 모든 책임을 한국 기자단과 납북자 가족에게 덮어씌우려 했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정 회장의 발언은 납북자 가족을 모독하고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공개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정 회장이 출연한 KBS-1TV '미디어포커스' 측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이번에 언론이 간과한 것은 이른바 의거 월북자와 자진 월북자"라며 "자진 월북자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산가족 상봉장에도 주로 그런 사람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납북이란 표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확실한 근거 없이 납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북한의 취재 방해 등에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회장은 "이번 상봉에 나온 천문석씨의 경우 정부가 밝힌 485명의 납북 억류자 명단에 올라 있다"고 반박했다. 최 회장은 1969년 6월 피랍 당시 천씨가 탔던 신성호가 '북한에 끌려간다'고 알려온 마지막 교신내용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천씨의 경우 북한도 월북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남쪽에서 그런 주장이 나오느냐"고 했다. 정부 당국자도 "납북된 뒤 북한에 남겨졌다고 해서 자진 월북으로 단정하는 듯한 일각의 주장은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납북은 입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성명 발표 때도 협회 간부들이 반발했으며, 심지어 '정 회장 당신 개인 이름으로 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민족뉴스부장을 지낸 정일용씨는 지난해 12월 40대 기자협회장에 취임했다.

납북자 가족과 단체들은 6일 기자협회를 항의 방문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 나갈 예정이다.

이영종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4일자 14면 '납북자를 자진 월북자라니…'기사에서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이 TV에 출연해 "이산가족 상봉장에도 주로 그런 사람(의거 월북자 및 자진 월북자)이 많이 나온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 사실 확인 결과 정 회장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정 회장은 방송에서 납북자를 자진 월북자라고 표현한 바 없으며 북한의 취재 방해 등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부분 역시 진행자가 질문을 한 바도 없고, 기자협회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성명서의 내용은 '남북 관계 보도제작 준칙을 준거 틀로 삼자'는 취지였으며 당시 성명서 발표시 협회 간부들이 반발했다는 부분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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