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위서 요구 땐 사퇴" '반쪽 총선' 승리한 태국 탁신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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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신 친나왓 총리가 이끄는 타이락타이(TRT)당이 2일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잠정 집계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를 뚫고 강행된 선거에서 여당이 '반쪽 승리'한 데 대해 시민단체가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야당들이 탁신 퇴진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정정 불안은 심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탁신 총리는 이날 한 정치 토크쇼에 출연해 "정치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독립적인 '국가화해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가 사퇴를 요구하면 물러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화해위는 전직 총리.대법원장.국회의장 각각 3명씩,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관위는 3일 현재 전국 76개 주 400개 지역구 중 362곳에서 TRT당 후보가 당선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그러나 TRT당 후보가 단독 출마한 278개 지역구 중 38곳에서 '단독 출마자는 최소 20%를 득표해야 한다'는 선거법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무더기 낙선한 것으로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태국 3개 야당은 TRT당이 단독 출마한 선거구에서 투표장에는 나가되 기권란에 기표하는 방식을 활용해 여당 후보의 낙선 운동을 펴왔다. 100명을 뽑는 전국구 의원의 경우 전국 득표율이 5% 이상인 정당에만 의석이 배정되는데 TRT당과 함께 참여한 17개 군소정당 중 5%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한 곳도 없어 사실상 TRT가 독식하게 됐다.

단독 출마한 여당 후보의 무더기 낙선으로 전체 의석(지역구와 전국구 포함 500석)이 채워지지 않음에 따라 탁신 총리는 새 내각을 구성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당선자를 못 낸 지역구에서 이달 중순께 재선거를 할 예정이다. 야권은 "이번 총선은 무효이기 때문에 총리 퇴진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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