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혁정책 체계화의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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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8일 열리는 소련공산당 19차 임시당대회는 「고르바초프」정권출범이래 그가 3년여 추진해온 개혁·개방정책을 중간결산하면서 이정책의 정통성과 계속성 여부를 시험하는 중요한 고비가 될것같다.
소련지도부는 이번 대회를 통해 그동안 부문적으로 제시·추진되어온 개혁정책을 일관된 비전으로 체계화, 설득력을 높이고 안정감을 주어야한다는 정치적 요구에 부응하고 개혁정책의 도약기를 맡아나갈 인적재정비를 원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때 임시 당대회는 볼셰비키혁명이전인 1905년 해외망명지역에서 시작돼 18차까지 열렸다. 임시당대회는 긴급사항이나 다음 전당대회소집전에 해결해야할 인사·정책적 주제를 다루기위해 혁명초기 집중적으로 열려왔다. 공산당의 회의기구중 가장 민주적인 토론이 벌어졌던 전통이 있다.
이번 대회는 41년 「스탈린」이 독일의 소련침공위협이 점증하는 가운데 모든 당조직이 산업과 수송관리를 감독할 서기들을 임명할수 있도록 하기위해, 다시말해 국가계획경제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기위해 개최한 이래 47년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고르바초프」서기장이 85년3월 집권한 뒤 사회주의를 총체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야심적인 작업을 시작한이래 3년동안 소련에서는 「고르바초프」이전과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이달초 모스크바 미소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변화는 소련 역시 서방 여타국가와 마찬가지의 많은 문제점을 가진 평범한 나라가 됐다는 점이다.
국가계획경제의 비효율성과 생산수단의 무차별적 공유라는 소련식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된 개혁·개방정책이 이렇게 전사회적 변화로 파급된 것이다. 「스탈린」비판에서 비롯된 역사재평가작업이 「레닌」까지 거슬러 올라가 거의 무차별적으로 발전되고 있는 현상도 현재 소련이 안고있는 고민이 생산성향상등 경제적 부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준다.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은 결국 혁명 70년이 지난 지금사회주의를 어떻게 재정비해 21세기를 맞이할 것이냐는 보다 포괄적 질문에의 답을 구하려는 대담한 국가개조 계획이라고 보여진다.
이같은 관점은 이번 임시당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말 중앙위총회가 채택한 10개의 주제나 최근 당·정분리와 대통령제및 3권분립의 도입에대한 활발한 논의에서 더욱 잘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전개되어온 개혁정책의 주된 흐름은 근로자들의 물질적 관심을 이용한 시장경제체제적 요소의 도입이라는 경제적 측면으로 정부보조금축소및 폐지, 기업의 독립채산제와 파산제도입, 가족단위 협동농장제, 조합기업및 개인기업의 장려등이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이번당대회를 통해 그동안 산발적으로 제기되어온 정치적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당·정분리, 다시말해 공산당은 이데올로기만을 담당하고 정치는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책임지도록 한다거나 서기장및 고위당관리, 기업과 제사회단체장의 임기제등이 토의에 부쳐질전망이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희망에는 역풍도 적지않다. 전체 국민중 90%이상이 통제경제와「레닌」「스탈린」식 통치에 익숙해있어 불안해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혁이 곧 「소련」의 붕괴라는 인식이 있고 인종분규와 동구의 소련노선 일탈움직임에 불안을 느끼는 보수세력이 지도층에 적지않게 도사리고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당대회에 대한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5천여명의 대의원선출이「고르바초프」가 그동안 친개혁파중심으로 3분의2이상 개편한 하부당조직지도자들에 의해 이뤄졌지만 막상 당대회에서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개혁에의 총체적 합의가 강하고 보수파가 개혁에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한 전과정이 공개되는 이번 회의에서 보수파의 반란은 불가능하리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소련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단계 더 본질적인「개혁」에의 접근을 이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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