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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져 나오는 AI 스피커…소비자 반응은 왜 별로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G유플러스와 네이버가 5일 출시하는 인공지능(AI) 스피커 '프렌즈 미니언즈'의 모습.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와 네이버가 5일 출시하는 인공지능(AI) 스피커 '프렌즈 미니언즈'의 모습. [사진 LG유플러스]

[하선영의 IT월드]국내 AI 스피커 10종 돌파…비슷한 성능, 특징 없어

지난해부터 국내 이동통신사와 인터넷 기업들이 출시한 인공지능(AI) 스피커가 10종을 돌파했다. 그러나 제품 가짓수는 늘어나도 성능이 대동소이하고, 제품 디자인 외에는 크게 만족할 만한 기능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일 LG유플러스와 네이버가 공동으로 출시한다고 발표한 인공지능 스피커 '프렌즈 미니언즈'는 인기 만화 캐릭터 '미니언즈' 목소리를 입힌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두 회사는 "미니언즈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고, 스피커 제품에 눈·입 모양의 미니언즈 스티커도 붙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제품은 지난해 12월 네이버와 LG유플러스가 출시한 '프렌즈 플러스' 스피커와 기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스피커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고 기능 한두 가지만 추가해서 출시한 것이다. '프렌즈 미니언즈'는 LG유플러스로 IPTV나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에 가입하면 공짜로 받을 수 있다. 네이버뮤직 회원은 5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 새로 나온 제품들. 왼쪽부터 네이버 웨이브, 네이버 프렌즈,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SK텔레콤의 누구 미니. 제일 오른쪽 아마존의 에코닷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다. 장진영 기자

지난해 하반기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 새로 나온 제품들. 왼쪽부터 네이버 웨이브, 네이버 프렌즈,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SK텔레콤의 누구 미니. 제일 오른쪽 아마존의 에코닷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다. 장진영 기자

지난해부터 출시된 SK텔레콤·KT·카카오 등이 만든 인공지능 스피커들도 대부분 기능이 비슷하다. ▶음악 감상 ▶날씨·교통 정보 확인 ▶일정 등록 ▶길 찾기 등이 이들 제품이 공통으로 제공하는 기능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표 기능들은 엄연히 제품 이름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라고 말하기 어렵다.

"AI 스피커는 아직까지 음성 인식 가능한 스마트 기기"

최재홍 강릉원주대 전산학과 교수는 "스피커 제품들이 아이·어른 소리, 사투리까지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것은 음성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 스피커 제품들이 음성 인식 기능을 접목한 스마트 기기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인공지능 스피커는 명령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거나, 때로는 기기를 부르지 않았는데도 인공지능 스피커가 '죄송해요. 제가 잘 못 알아들었어요.'라며 반응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 프렌즈'는 음성으로 카카오톡을 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기자가 음성으로 말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쇼핑·대화·날씨 등 음성을 활용한 각종 스피커 기능들을 자연스레 잘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 스피커 구매자들은 ▶일상 환경에서 음성 인식이 잘 안된다(56%) ▶자연스러운 대화가 안된다(45%) ▶외부 소음을 음성 명령으로 오인한다(37%)는 등의 불만을 제기했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지 않다 보니 '공짜 마케팅'이 흔하다.

KT의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2의 모습. [사진 KT]

KT의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2의 모습. [사진 KT]

획기적인 기능 넣어야 아마존·구글과도 경쟁 가능해

KT는 지난달 말 "인공지능 스피커 겸 셋톱박스인 '기가지니'의 가입자 수가 출시 1년 2개월 만에 70만명을 돌파했다"며 국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1위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KT의 월 4만6000원대의 IPTV·인터넷 서비스를 신규 가입하는 사람들은 기존 일반 셋톱박스 대신 '기가지니'를 추가 비용 없이 설치할 수 있다. KT가 강조하는 70만명 기가지니 가입자들이 모두 '인공지능 스피커'의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제값 주고 구매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인공지능 스피커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가전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자연스러운 대화조차 잘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품질 개선을 위한 제품 업데이트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재홍 교수는 "전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90%를 넘게 선점하고 있는 아마존·구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AI를 기반으로 한 획기적인 기능을 개발해 넣는 국내 개발사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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