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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로 폐플라스틱 분산 수출…일본은 작년부터 준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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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은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중 88%가량을 자국내에서 처리한다. 일본에서 페트병을 버릴 때는 반드시 라벨을 제거해야 한다. [윤설영 특파원]

일본은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중 88%가량을 자국내에서 처리한다. 일본에서 페트병을 버릴 때는 반드시 라벨을 제거해야 한다. [윤설영 특파원]

지난해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결정 이후 일본의 발 빠른 대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수출 지역 다변화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 수입 중단 방침에 선제 대응 #베트남·말레이시아·대만 시장 뚫어 #영국, 페트병에 327원 추가 세금 #점포에 가져오면 환불해 주기도

일본은 폐플라스틱 수출량 절반 이상을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폐플라스틱 전체 수출량 152만7000t 가운데 52.6%(80만3000t)가 중국 본토로 수출됐다. 여기에 홍콩 수출량 32.3%(49만3000t)까지 합치면 84.9%(129만6000t)가 중국으로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폐지 역시 70%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재활용 폐기물 수출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다양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2017년부터 중국 수출은 줄어드는 대신 폐플라스틱은 베트남·말레이시아, 폐지는 대만으로의 수출량이 각각 급증했다. 이 신문은 “여타 선진국도 향후 동남아로 수출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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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중 약 88%를 국내에서 처리하고 있다. 플라스틱순환이용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128만t 가운데 수출량은 138만t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폐플라스틱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출 다변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환경성 담당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으로의 수출량이 적기는 했지만 중국의 수입 금지 이후 힘들기는 하다”면서 “중국 측에 투명성 있는 제도 운영을 요청한 상태이며 향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플라스틱 폐기물을 최대한 깨끗하게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실생활에서 엄격한 분리배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가정별로 배출하는 쓰레기 가운데 플라스틱과 페트(PET)병, 비닐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한편 오염물이 묻어 있는 경우는 재활용품으로 수거하지 않는다. 배출 폐기물은 되도록 흰색이나 투명한 비닐에 넣도록 해 음료나 음식물이 묻은 제품은 아예 수거 단계에서 ‘타는 쓰레기’로 분류해 소각해 버린다.

유럽 각국도 중국의 폐플라스틱 금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병에 최대 22펜스(약 327원)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 도입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 금액은 플라스틱병을 점포에 가져오면 되돌려준다. 덴마크와 스웨덴, 독일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다. 일회용 플라스틱병당 8~22펜스 상당의 추가 세금을 물린 뒤 반납하면 돌려준다.

영국 정부는 이에 앞서 올 하반기부터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된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미세한 고체 플라스틱은 얼굴 세정제나 샤워젤, 치약 등에 쓰이고 산업용 청소 용품이나 합성섬유·타이어 등에도 사용돼 왔다.

지난 1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042년까지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두 없애는 내용의 25개년 환경보호 전략도 발표했다.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를 5펜스에 팔도록 한 유료 판매 제도를 모든 소매점으로 확대하는 조치가 포함됐다. 그 결과 비닐봉지 90억 개가 덜 배포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모든 일회용 포장지를 재사용이나 재활용 포장지로 바꾸는 비상계획을 마련했다. 지난 1월 ‘순환 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다. 음료수 빨대나 분해되지 않는 선명한 색상의 플라스틱병,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컵, 일회용 나이프나 포크, 일회용 포장지 등을 줄이기 위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중국의 폐기물 정책 변화가 가져온 폐기물 대란을 유럽 내 재활용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도쿄·런던=윤설영·김성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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