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장 없는 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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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뮌헨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이자르강은 깊지 않다. 높다란 다리 난간 위에서 내려다보아도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어쩌면 깊을지도 모르지만 물이 맑아 당장 뛰어들고 싶다.
서울로 치면 청계천 같은 하천이다. 물결이 아른거리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으면 놀라운 광경이 눈에뛴다.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세상 모르고 헤엄쳐다닌다. 청계천에서 그런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뮌헨은 관광도시로 오가는 사람들도 많고 한쪽에는 공장들도 적지 않다. 변두리엔 화공약품공장, 자동차공장, 담배공장, 맥주공장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그런 환경속에서도 이자르강이 맑은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독일사람들이 이 강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알수 있다. 한 여름 푹푹 찌는 더위속에서 텀벙 물속에 뛰어드는 젊은이라도 있을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8백년 고도의 강은 여전히 맑기만 했다.
기적이 아니라도 영국사람들은 다 죽었던 강을 살려놓기도 했다. 런던의 템즈강 얘기다. 이미 1830년무렵 말끔히 자취를 감추었던 연어떼가 1973년 다시 나타났다. 1백4여년만의 일이다. 그후 5년이 지나 생태학자들은 템즈강에 53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템즈강은 산업혁명이후 더럽혀지기 시작했지만 20세기초 들어 런던을 찾는 사람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시당국은 서둘러 폐수처리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강을 맑게하는 투자는 끝이 없었다. 상수도 생산비의 1·5배를 하수도 처리에 썼다. 요즘은 그 비용이 2배로 늘어났다. 그 편이 도리어 경제적이라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서울의 한강은 그동안 부랴부랴 모양은 근사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그 속이 어떤지는 요즘 신문에서 보는 그대로다.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 검은 물살은 무서울 정도다. 주검의 음산한 그림자를 보는 것 같다.
한도시의 강은 사실 그나라 사람들의 수준을 보여준다.
관리의 행정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 나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엔 엉뚱하게 누구집 농장 가는 길 포장해주는 관리는 많아도, 죽은 강 살려 놓는 명시장은 없다. 비극이라면 바로 그것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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