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아이셋맞벌이] "애들 떼 놓으니까 좋다" … 가끔은 단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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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마감이 끝나고 오랜만에 갖는 휴가다. 두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고 칭얼대는 막내를 재우다가 따스한 봄 햇살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금쪽같은 휴가를 잠으로만 보내는 것이 아까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한 달을 미룬 집안일을 할까? 기획회의를 준비할까? 고민을 하다 친구 집에 놀러가기로 했다. 10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2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가야 하지만 셋이나 키우다 보면 한 명만 데리고 외출하는 것은 '그까이꺼'가 된다. 외출 준비를 하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할 일 없으면 나하고 놀러 갈래?"

평소엔 집에 없는 아내인지라, 남편 입장에서도 아내가 집에 있는 날을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웠나 보다. 하긴 바쁜 엄마를 둔 아이들만큼이나 남편도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 결국 친구를 배신(?)하고 남편과 강화도 보문사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오늘도 신데렐라처럼 아이들이 놀이방에서 돌아오는 오후 6시까지는 돌아와야 한다. 6시간밖에 남지 않아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했지만 '느긋한 외출'을 바라는 남편의 의견을 따라 막내만 데리고 가기로 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으로 북적이는 주말 여행지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좋아하는 남편을 보니 2개월 전의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마감이 끝난 후 평일이었고, 남편을 도와줄 일이 있어 함께 외출했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남편이 느닷없이 한마디했다.

"애들 없이 둘만 다니니까 정말 좋다. 앞으로도 가끔씩 이렇게 둘만 다니자."

대단한 데이트를 한 것도 아닌데, 아내와 단둘이 '평온한' 한때를 보낸 것이 그저 좋았나 보다. 누구는 아들 둘을 낳은 이후로 낮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우린 거기에 하나를 더했으니 늘 정신없고 시끄러웠던 거다. 게다가 맞벌이를 하느라 바빠 서로에게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아이들 키우는 몇 년 동안 둘만의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시간이 없었다. 남편 말처럼 한 달에 하루는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싶다. 부부 사이도 돈독하게 하고 아이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도 날려 버릴 수 있으니까.

박미순 레몬트리 기자

◆ 사이 좋은 맞벌이 부부로 살기

① 나만의 시간 갖기

"너무 힘들어 그래. 마음과 몸이 모두 편해지도록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 부부싸움을 모르고 살던 우리 부부가 둘째를 낳고 자주 말다툼을 하는 것 같다며 아는 언니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언니는 이렇게 말해 줬다. "몸이 힘들면 사람이 마음에 여유가 없어져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난다"며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자기만을 위해 쉬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했다. 언니의 해결책은 쉬운 듯 어려웠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라도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나면 '잘해 줘야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② 회사 일로 서로에게 스트레스 주지 말기

일 때문에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절대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힘들다고 짜증을 내는 일이 반복될수록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갖게 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회사 일을 열심히, 집에서는 집안일을 열심히. 이것이 나의 모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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