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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넘어 세월호 사고 인지···朴 공감능력 없는 사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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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최재천 교수 "박 전 대통령은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지난해 9월 11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2017 아시아 국가적응계획 국제포럼(NAP Expo)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지난해 9월 11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2017 아시아 국가적응계획 국제포럼(NAP Expo)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생물학자인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가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놓고 "공감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비판한 글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8일 검찰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사고 당일 오전 10시 20분경에 사고 사실을 확인했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것은 최순실 씨와 의논한 뒤 오후 5시 35분이었다고 발표했다.

 재판을 위해 출두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중앙포토]

재판을 위해 출두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중앙포토]

최 교수는 지난해 여름 자신이 번역한 책 『공감의 시대』(프란스드 발 지음, 김영사)의 '옮긴이 서문'에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304명의 목숨을 안고 침몰하는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뭘 하고 있었느냐 다그치고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천 교수가 지난해 번역, 출간한 책이다.

최재천 교수가 지난해 번역, 출간한 책이다.

특히, 최 교수는 "(박 전 대통령 측은) 당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리는 세월호 사고 당일에도 여느 날이나 마찬가지로 저녁 식사를 말끔히 비웠다는 청와대 요리사의 증언도 들었다"며 "박 전 대통령은 한마디로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또 "법 앞에 떳떳한가에 앞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 소양에 심각한 결격 사유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감은 우리와 유전자의 99퍼센트가량 공유하는 침팬지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우리와 진화적으로 그리 가깝지 않은 온갖 동물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공감 능력은 다양한 동물들에 존재하고 진화된 속성"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의 공감 능력이 진화적으로 뿌리가 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공감은 길러지는 게 아니라 무뎌지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처럼 남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원래부터 공감 능력이 메말라 있던 게 아니라 무뎌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 교수는 "공감 능력은 우리 종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주는 데 기여했다"며 "이 타고난 습성이 무뎌지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6월 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하던 최재천 교수는 초등학생 수상자를 위해 무릎을 꿇고 상장을 건네 화제가 됐다. 공감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중앙포토]

2016년 6월 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하던 최재천 교수는 초등학생 수상자를 위해 무릎을 꿇고 상장을 건네 화제가 됐다. 공감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중앙포토]

한편, 저자인 프란스드 발은 이 책(71쪽)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도록 사전에 프로그램되어 있다. 공감은 우리가 거의 조절할 수 없는 자동적인 반응이다. 우리는 공감을 억누르거나 정신적으로 차단하거나 행동으로 옮기기에 실패할 수는 있지만, (중략) 극소수의 인간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상황에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라고 적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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