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공격받는 호흡기, '이것'만 잘 써도 효과 커

[박정렬 기자] 미세먼지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먼지도 오래 노출되면 호흡기를 비롯해 심장·뇌혈관 등 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 호흡기 내과  이세원 교수의 도움말로 미세먼지의 위험성과 대처 방법을 알아봤다.

-미세먼지란 무엇인가.
미세먼지는 지름 10um 이하의 입자를 말한다. 이보다 작은 지름 2.5um 이하는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 현장에서 날리는 먼지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가스 형태의 오염 물질이 공기를 떠도는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이차적으로도 만들어지기도 한다. 봄이면 중국 북부 지역과 몽골 사막지대로부터 오는 황사가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오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더욱 높아진다.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증상은.
기관지에 미세먼지가 쌓이면 가래와 기침이 잦아지고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져서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하고, 특히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폐암 발생률은 9% 증가한다. 또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비흡연자에게 생기는 폐암인 선암은 미세먼지가 많은 지역에서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기 질환자를 비롯해 고령층, 유아, 임산부 등은 미세먼지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호흡기 외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치나.
최근 미세먼지가 체내 스트레스를 유발해 심혈관계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가 힘을 얻고 있다. 공기청정기를 가동해 미세먼지의 농도를 낮추면 스트레스 대사체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미세먼지가 혈관 내로 흡수되면 염증반응을 일으켜 허혈성 심장질환, 고혈압, 심부전, 부정맥 등 심장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이 밖에도 인지능력과 기억력 감소, 뇌졸중, 우울증 등 뇌 질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세먼지 대처법을 알려준다면.
미세먼지 주의보(또는 경보)가 내려지면 호흡기·심장 질환자는 외출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노인과 어린이 역시 마찬가지다. 외출 후에는 얼굴과 손을 깨끗이 씻고 코·입을 헹궈내는 것이 좋다. 수분 섭취량도 늘려야 한다. 물을 많이 마셔 호흡기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면 미세 먼지가 쉽게 침투하지 못한다. 몸 속 노폐물과 유해물질을 원활히 배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천식 환자는 꼭 외출해야 한다면 비상 상황을 대비해 속효성 기관지 확장제 등 응급약을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효과가 있나.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을 받은 보건용 마스크만이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효과가 있다. 제품에 표기된 숫자는 입자차단 성능을 나타내는데, 숫자  가 클수록 차단력이 뛰어나다. 단, 마스크는 얼굴에 밀착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틈이 생기지 않게 얼굴 크기와 모양에 따라 마스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흡기 질환자나 심장질환자의 경우, 사용 시 숨이 차거나 마스크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벗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성인을 대상으로 효과가 있지만 소이의 경우 착용 효과를 아직 인증받지 못했다. 따라서 소아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마스크를 쓰기보다 아예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