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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시선 의식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선거후 50여일만에 13대 국회가 비로소 원구성을 마치고 이어 특위구성, 각 정당의 대표연설, 대정부 질문 등의 순으로 모처럼 정상운영에 들어갈 모양이다.
원구성이 비록 늦었지만 그래도 논란끝에 여야 각 정당이 타협으로 원만히 결말을 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결과 60년대후의 의정사에서는 처음으로 l6명의 상임위원장중 9명의 야당상임위원장이 선출됨으로써 여소야대의 국회판도를 또한번 실감케 해주었다. 이는 13대국회가 여야공동으로 운영되는 국회며, 앞으로 국회의 잘잘못에 대한 책임 역시 여야가 공 동으로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13대 국회에 바라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란 원래 시간이 걸리고 지리한 과정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성급한 기대를 자제해왔지만 원구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그런 자제를 갖고 보더라도 실망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었다. 원구성 자체를 이토록 지연시킨 상임위원장 배분문제 같은 것은 아무리 각정파간의 타협대상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정치인에게는 중요한 문제일지 모르나 국민이 보기에는 그렇게 본질적 중요성을 갖는 문제는 못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13대 국회가 출범하면 민주화도 눈에 띄게 진전되고 악법도 시원시원하게 개폐되리라는 국민적기대도 비등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각 정당은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셈이다.
비록 한 템포 늦긴 했지만 이제 원구성을 마치고 정상운영의 궤도에 올라선만큼 국회가 같은 실망을 또 줘서는 안될 것이다. 당장 각종특위의 구성문제를 두고 여야간에는 아직도 이견을 해소못하고 있는데 이런 절차상의 문제로 또 시간을 끌어서는 곤란하다. 특위의 명칭이나 특위장의 배분같은 문제를 둘러싼 입씨름은 이미 식상한지 오래다.
특위의 조사대상이나 방법, 또는 개폐해야 할 대상법률 등을 신속히 결정해 본질문제에 빨리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대화와 타협으로 매사를 결정하는 것이 순리이겠지만 정치권이 미적미적하는 사이에 가령 집시법 같은 것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아 지금 이 순간의 각종 집회나 시위참가자들을 무더기로 범법자로 만드는 현상을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이제부터는 일의 완급과 우선순위를 냉철히 따져 국민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게보이는 문제로 정치권이 허송세월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바란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13대 국회의 첫 각정당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도 예정돼있어 비등한 관심사로 등장한 통일문제를 비롯한 현안들에 대한 각당의 입장이나 정치적목표 등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물론 각 정당의 입장, 목표나 의원들이 내놓을 견해들에도 큰 관심을 갖고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연설과 질문을 통해 보게될 13대국회의 수준과 의원들의 품위를 주시하고자 한다.
과거권위주의 체제의 국회에서 너무나 자주 본 저질, 원색발언, 야유같은 현상이 13대의 첫 질문에서도 되풀이될 것인지, 아니면 할말은 하면서도 표현과 용어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품위와 예의를 지킴으로써 의정의 한걸음 진전가능성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다. 아울러 책임을 질수 있을 발언을 하는지, 뒷감당을 못할게 뻔한 인기성 발언으로 흐를지도 주목할 것이다.
여야의원들은 어느때보다 민감한 국민들의 시선을 보다 따갑게 느껴야 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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