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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대항력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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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은 우리가 북한을 바로 알아야 할 때다. 통일논의가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대북 접촉이 다원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할 때 북한을 똑바로 아는 일은 더 이상 지연될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 및 공산권자료의 개방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정부는 경제, 기술, 예술 등 비정치분야는 전면 개방을 검토하고 있는 것같다. 나아가 정치분야를 포함하여 북한의 학술, 언론내용도 과감히 개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는 통일노력의 확대에 따른 필요성 때문이다. 통일논의를 개방하고 대북접촉을 활성화한다면 이를 실질적으로 보강하기 위해 자료와 정보의 개방은 빼놓을 수 없는 전제다. 북한을 바로알지 못한 상태에서의 통일노력은 환상과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다.
둘째는 공산권자료 제한의 비효과성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그 방면의 자료를 철저히 통제하여 일반 국민은 좀처럼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운동권을 포함한 반체제 내지 좌경세력에선 비밀통로를 통해 북한 등 공산권자료를 얻어 널리 활용해 왔다.
그 결과 진보, 좌경세력에 대항할 이론적 힘은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복사기술이 대중화한 오늘날 정부에 의한 자료의 비닉이나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셋째는 자료공개의 유익성이다. 북한의 자료가 공개된다고해서 그것이 우리체제를 파괴하거나 동요시킬만큼 우리국민이나 사회가 취약하지는 않다. 북한의 대남 선전물은 그것이 평양당국에 의해 제작됐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국민에 미치는 힘은 약화되고 만다.
북한자료나 선전물을 접하고나면 오히려 북한에 대한 허황된 인식이 현실화하고 북한에 대한 저항력이 강화될 것이다. 그결과 우리 체제의 자생력과 자위력도 강화되리라 믿는다.
넷째는 북한자료의 개방은 일원화한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여 통일의 굳건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동포의 생활과 문화에서 민족의 전통성과 공통성을 발견해 내는 것도 자료의 개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런 근거로 북한의 신문, 잡지열람은 숨길 필요가 없다. 대학이나 직장의 열람실에 북한 출판물을 상비해 둔다면 자료공개의 효과는 더욱 증폭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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