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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북중 윈윈 공세에 복잡해진 미국의 계산법

중앙일보

입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왼쪽)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왼쪽)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했다. [연합뉴스]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의 계산법은 복잡하다.
5월로 예정된 트럼프-김정은 담판 회담에 긍정적 효과를 갖고 올지, 아님 혹을 하나 더 붙히게 된 것인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지속적 '변화'는 긍정적, 북중 연대는 부담 #WSJ,"김정은, 장기전 끌고 가기 위해 중국 도움 확보" #미국에겐 비핵화 합의 끌어내기 위한 허들 더 높아져

일단 백악관은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과 중국이 북중 정상회담 사실을 공식 발표하자마자 '김정은의 방중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발표에 부쳐'란 성명을 냈다. 샌더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화요일(27일·미 현지시간) 백악관에 연락을 취해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을 우리에게 브리핑했다. 여기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개인적 메시지도 포함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만약 사전 통보가 없었다면 이는 언론에 북한 1호 열차 소식이 보도되고, 각국의 정보 당국이 "1호차 탑승객은 김정은"이란 결론을 내린 후에야 중국으로부터 '사후통보'를 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성명에는 "시 주석의 메시지를 받았다", "(북중 정상회담은) 우리의 '최대압박' 전략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적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추가 증거'로 간주한다"는 긍정적 문구를 담았다.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박을 늦추지 않는 한편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변화'의 흐름을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나가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환송하며 양손을 맞잡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CCTV 캡처]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환송하며 양손을 맞잡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CCTV 캡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NBC방송에 출연, "김정은이 우리가 그 이전에는 북한으로부터 미처 보지 못했던 '외교적 트랙'을 계속 밀고 나아가려 한다는 걸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시 주석과의 전격 회동을 통해 "미국과 (회담이) 결렬되도 우리에겐 변함없는 우군인 중국이 있다"는 버팀목을 마련한 것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낮춰줄수 있다는 약속을 약속했다면 미국이 노리는 비핵화 목표는 멀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남·북·미 3국 정상회담 트랙을 통해 북핵 문제 타결을 노리던 미국으로선 북한과 소위 '혈맹'관계인 중국이 끼어든 복잡한 4자 구도로 판을 다시 짜야 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미 해군연구소 켄 가우스 박사는 "김정은이 시 주석의 지지를 받아냈다면 향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좀 더 대담하게 자신의 스탠스를 밀어붙일 것"이라며 "북한의 운신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김정은은 핵 동결 및 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시간을 두고 진행하면서 그 대가로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을 얻어내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미국이 비핵화 달성을 위한 속도전을 노리는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페이스(장기전)대로 끌고 가려면 중국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또한 급격한 비핵화보다 한반도 현상 유지를 강하게 원하는 만큼 미국으로선 원치 않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시간이 급한 데, 이 와중에 중국은 북한에게 핵·미사일 개발 완료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흑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형국이어서 트럼프로선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비핵화 양보를 이끌어내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허들(장애물)이 훨씬 높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 중앙(CC)TV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방중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북중정상회담과 연회 등 행사에 참석했다.[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 중앙(CC)TV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방중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북중정상회담과 연회 등 행사에 참석했다.[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의 자오퉁(趙通) 연구원은 "김정은에겐 북미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지만 위험부담과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회담 전에 '보험'을 들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CNAS) 아태안보소장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트럼프와 만나기 전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작전을 썼다"며 "중국 또한 그동안은 김정은을 살짝 멀리해 왔지만 지금이 '베이징 외교'를 할 타이밍으로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김정은의 방중을 거의 강요하다시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으로서도 '지역안보'와 관련된 북핵 문제를 중국을 제껴두고 트럼프-김정은 회담에서 결판이 나도록 방치할 수 없었단 얘기다. 결국 북핵 문제는 G2(미·중)의 프레임 속에서 해결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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