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거래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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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불똥이 한국 반도체 업계로 튈까.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겠다고 미국에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출렁거렸다.

FT “중국, 미국산 수입 확대 제안”

반도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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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주말 연 376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겠다고 미국 측에 제안했다. 중국은 연간 2600억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수입하지만 이 중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밖에 안 된다. FT는 “중국 측은 한국과 대만 제조사의 수입 물량을 줄이고 대신 미국산 반도체를 더 사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중국의 제안을 미국이 수용할지는 불분명하다는 게 FT 해석이다. 미국이 한국·대만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 보도는 좀 달랐다.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더 늘리겠다고 제안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반도체 수입 물량이 아니라 중국 중앙·지방정부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보조해주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신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면서 해외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제하는 데다, 중국이 반도체를 자급자족하는 것 자체가 미국 반도체 산업엔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무역전쟁 발발을 피하려는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어떤 식의 합의를 이뤄낼지는 현재로썬 미지수다. 하지만 27일 국내 증시에선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면서 한국산의 수입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로 관련 업체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만5000원(0.6%) 하락한 249만9000원, SK하이닉스는 2600원(3.1%) 급락한 8만1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전문가는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더라도 한국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70%,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50%를 웃돌기 때문에 중국이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수입을 줄이기란 어렵다”며 “중국은 메모리보다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산 제품의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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