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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골프대회에 출전하는 소방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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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방화복을 배경으로 선 파르지알리. [USGA]

자신의 방화복을 배경으로 선 파르지알리. [USGA]

소방관이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미국 보스턴 헤럴드 등은 매사추세츠 보스턴 인근 브록크톤 소방서에서 일하는 매트 파르지알리(30)의 마스터스 출전 사연을 소개했다.
브록크톤시는 위대한 프로복서 록키 마르시아노와 마빈 헤글러를 배출한 챔피언의 도시지만, 현재는 슬럼 지역이다. 집들이 낡았고 미국에서 바람이 가장 센 곳이기도 해서 소방수의 생활은 매우 위험하다. 이곳에서 파르지알리의 아버지와 삼촌, 처남 등 일가 대부분이 소방관으로 일했다.
파르지알리는 지난해 US미드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았다. 이전까지 미드 아마추어 우승자들은 대부분 변호사 등 화이트칼라 아마추어 골퍼였다. 파르지알리는 소방관으로 밤샘 근무를 하면서 훈련을 하고 대회에 참가했다.
파르지알리는 골프장이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빈 들판에 만든 간이 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웠다. 10대에는 아이스하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골프를 더 좋아했고 골프장에서 손님들 가방을 내려주고 클럽을 닦아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이 끝나면 아이들과 내기를 하면서 골프를 배웠다.
4계절 골프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플로리다주 사우스이스턴 대학에 다녔다. 2학년 때는 팀을 리그 결승으로 이끌고 개인전 1위를 했다.

지난해 US미드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파르지알리. [USGA]

지난해 US미드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파르지알리. [USGA]

이후 잘 안 됐다. 대학 졸업 후 프로로 전향했지만 3년의 시간만 허비한 후 포기했다. 그의 코치는 “지원과 시간이 부족했다”고 했지만 파르지알리는 “당시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소방수가 됐다. 소방관 일을 좋아했다. 그는 “피가 끓고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위험한 상황을 동료들과 팀워크로 이겨내는 것은 멋진 경험”이라고 했다.
밤샘 근무를 하면 낮에 골프를 할 시간이 생긴다. 그는  아마추어 자격을 복원하고 미국 아마추어 대표가 되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일과 여가를 동시에 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 클럽 챔피언십 결승 전날 파르지알리는 응급환자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로 경기했다. US미드아마추어 결승에선 63타를 치고 8홀 차 우승을 하면서 마스터스와 US오픈 출전권을 땄다. 그러나 그날 밤 파티는커녕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해 5시간 쉰 후 출근해야 했다.

매트 파르지알리. [AP]

매트 파르지알리. [AP]

그는 드라이버 공포증이 있었다. 3번 우드를 잘 쳤지만 큰 대회에서 경쟁하려면 드라이버를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공포증을 극복했다. 다른 약점도 지워나갔다.
현재 그는 잠시 휴직 중이다. 화재 진압 중 불붙은 나무가 어깨에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마스터스 때까지는 위험한 일을 피할 생각이다. 부족한 경비는 매사추세츠 아마추어 연맹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파르지알리가 오거스타 내셔널의 화려한 선수들 사이에서 압도당하지 않을까. 그의 아버지 빅은 “아들은 불과 싸우면서 한 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생사가 걸린 상황을 겪어봤다면 정신적으로 강하다. 아멘코너가 쉽지는 않지만 그는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의 코치인 숀 허스터는 “이 지역은 거친 곳이고 여기서 소방관을 한다면 더욱 힘들다.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그렇게 자란 사람이 마스터스에서 경기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동료 소방관들은 “우리도 초록색 블레이저(그린재킷)를 입어보고 싶다”고 농담을 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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