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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스모그 이틀전 경보, 하루 전 문자 통보…정교해진 中 ‘푸른 하늘 수호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토요일 오후 8시 6분 기자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포털 바이두(百度) 앱의 “베이징 중오염 오렌지 경보. 26일 0시부터 28일 24시까지 (오염물질 배출량이 높은) 궈(國)1, 궈2 차량 운행 금지. 초·중·유치원 실외활동 중지, 외출시 마스크 착용 건의”라는 알림 경보가 올라왔다.

26일 자정 베이징 일대 스모그 오렌지 경보 발령을 이틀 앞둔 24일 오후 8시 기자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뉴스 앱 알림 서비스로 경보 발령 소식이 전해졌다.

26일 자정 베이징 일대 스모그 오렌지 경보 발령을 이틀 앞둔 24일 오후 8시 기자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뉴스 앱 알림 서비스로 경보 발령 소식이 전해졌다.

25일 오전 스모그 오렌지 경보 발령 13시간을 앞두고 기자 문자로 전해진 오염 경보. 오염 배출 차량 운행 중지와 건강 유의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25일 오전 스모그 오렌지 경보 발령 13시간을 앞두고 기자 문자로 전해진 오염 경보. 오염 배출 차량 운행 중지와 건강 유의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25일 오전 11시에는 가입한 통신사가 자정부터 발효될 오렌지 경보를 알리며 건강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스모그 모니터링 앱은 미국 기준 공기질량지수(AQI) 149를 가리켰다. 실시간 세계 오염순위에서 인천과 서울이 각각 196, 182로 3위와 5위를 기록한데 비해 베이징은 15위에 머물렀다. 한국과 중국의 스모그 역전 실태가 한눈에 들어왔다.

대기오염 모니터링 앱인 AirVisual의 25일 오후 세계 주요 도시의 공기질량지수(AQI) 순위. 대한민국 서울이 5위, 중국 베이징이 15위를 차지했다. [사진=AirVisual 캡처]

대기오염 모니터링 앱인 AirVisual의 25일 오후 세계 주요 도시의 공기질량지수(AQI) 순위. 대한민국 서울이 5위, 중국 베이징이 15위를 차지했다. [사진=AirVisual 캡처]

중국의 스모그 경보는 총 4단계다. 최고 등급인 적색 경보 아래로 오렌지색·황색·청색 경보가 있다. 오렌지 경보는 3월 들어 12~14일에 이어 두번째다. 신경보에 따르면 오렌기 경보 발령 기간 시 전역에서 오염 배기가스 배출량이 높은 궈1, 궈2 차량과 건축 폐기물·진흙·모래 화물차량 운행이 금지된다. 주요도로의 물청소 횟수를 늘이고, 건축 공사장의 콘크리트 부설과 철거 작업이 정지된다. 특정 기업의 가동 이 중단되고 야외 고기 굽기도 제한된다.
 이번 정부 구조 조정으로 명칭을 바꾼 생태환경부는 “각 지방정부는 대기오염에 적극 대응해 오염물 감소를 위한 응급 조치에 대한 감독과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25일 베이징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에서 찍은 베이징 궈마오 일대의 스카이 라인. 26일 0시 스모그 오렌지 경보 발령으로 약간 뿌연 상태지만 푸른 하늘이 보인다. [사진=신경진 기자]

25일 베이징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에서 찍은 베이징 궈마오 일대의 스카이 라인. 26일 0시 스모그 오렌지 경보 발령으로 약간 뿌연 상태지만 푸른 하늘이 보인다. [사진=신경진 기자]

중국 정부의 ‘푸른하늘 지키기 전쟁(藍天保衛戰)’은 이처럼 살벌하면서도 세련되게 진화하고 있다.

지난 5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올해 ‘정부업무보고’에서 지난 1년간 거둔 전과를 발표했다. 리 총리는 “중점 지역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가 30% 이상 낮아졌다"며 "에너지구조를 최적화해 석탄 소비 비중이 8.1% 하락하고 청정에너지 비중이 6.3% 상승했으며 오염물질 대량 배출 차량과 노후 차량 2000여만 대를 폐기처분했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3% 감축하고 중점지역의 PM2.5 농도를 계속 낮춰야 한다”며 “디젤 화물자동차에 대한 오염물 배출 기준 초과를 특별단속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겨울 베이징·허베이·산둥 일대의 석탄 난방 일괄 폐쇄 조치로 천연가스 공황이란 부작용을 불러왔지만 어느 정도 희생은 감내한다는게 중국 정부 입장이다.
중국 환경 정책은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화되고 있다.
베이징 시는 스모그와 전쟁을 진두 지휘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천지닝(陳吉寧·54) 환경부 장관을 시장으로 전격 영입한 뒤 대대적인 오염기업 퇴출 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인사카드까지 빼들었다. 대기오염 개선 목표 대비 30~60% 달성에 실패하면 부시장과 시장을, PM2.5 평균농도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할 경우 당 서기를 문책하고 있다.

 리간제(李干杰) 중국 생태환경부장은 지난 17일 전인대 보고에서 “초미세먼지 허용치 목표가 빠른 속도로 달성되고 있어 목표치를 크게 강화하겠다”며 “지난 2년간 환경조치와 관련해 1만8000명이 징계를 받았고 성장(장관)급 3명을 포함해 2100명의 연루 관료가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스모그와 전쟁에서 중국이 거둔 승리는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다. “중국이 대기오염과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시카고대 에너지정책 연구소의 평가(중앙일보 3월16일자 12면)가 그저 나온 것이 아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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