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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론스타로 번진 '김재록씨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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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출발은 김재록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지만, 끝은 '국부(國富.나라의 부) 유출 규명'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씨를 통해 김대중 정부 시절 165조원의 공적자금 투입과 각종 기업사냥 전 과정을 들여다 봄으로써 국부가 어떻게 해외 투기자본에 의해 잠식됐는지를 들여다 볼 것이란 주장이다. 경제분야의 '과거사 재조명'인 셈이다. '상생경영을 외면한 결과'라는 '현대차그룹 겨냥설'과는 별개의 흐름이다. 이런 기류는 최근 청와대와 여권, 검찰.금감원.국세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검찰은 30일 론스타 수사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한꺼번에 취했다.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했다. 론스타가 헐값에 산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에 팔아치워 막대한 차액을 남기고 한국을 떠날 경우 '뒷북 수사'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국세청과 금감원도 올 들어 경쟁적으로 론스타에 대한 압박을 가해왔다. 금감원은 론스타의 860만 달러 외화 유출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반드시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세 기관의 움직임은 청와대가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한 국부 유출을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다 죽어가던 외환은행이 벌떡 일어나고 외환은행을 비싼 값에 서로 사겠다고 경쟁을 하니 그때 론스타에 잘못 팔았다고 지금 공무원들이 죽을 맛입니다"라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부 유출은 현재 겪고 있는 양극화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의 첫 과녁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 맞춰지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오래전부터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2003년 7월 21일 외환은행이 금감원에 보낸 팩스에는 '외자 유치에 실패한다면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6.16%가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금감위는 이를 근거로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 금융기관으로 선정했고, 결국 은행 인수 자격도 없는 론스타에 대주주 예외 승인을 해줬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2003년 7월 중순까지 외환은행의 BIS비율은 9%였으며, 외환은행이 금감원에 팩스를 보낸 바로 그날 이사회에서는 외자 유치 없이 2003년 말 BIS비율을 10%로 예측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른바 '이헌재(전 경제부총리) 사단'과 모피아(재경부 출신들을 마피아에 비유한 표현) 겨냥설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이 전 부총리 측은 "김재록 사건과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모피아'로 통칭되는 고위 경제관료 출신 집단이 외환은행은 물론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기업 구조조정 작업의 한복판에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재록씨가 로비를 했다면 결국 이들을 향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수호.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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