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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칼럼] 진짜 일자리 창조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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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식에 등장한 1218대의 드론은 평창의 하늘에 오륜기를 그리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1218대의 드론을 움직이는데 단 한 대의 컴퓨터와 한 명의 엔지니어만 필요했다. 이는 소프트웨어(SW)를 통해 가능했다. 88년 서울올림픽을 기억하게 하는 굴렁쇠 소년과 비교한다면, 대한민국의 ICT가 얼마만큼 발전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막식에 나타난 드론은 ‘인텔’의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2016 SW산업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패키지SW 및 IT서비스 시장을 합친 세계 SW시장 규모는 2016년 전년 대비 4.5% 성장하면서 약 1조 966억 달러 규모를 형성하였다. 2017년 시장은 4.6%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4.6%씩 성장하여 1조 3,114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전 세계 SW시장에서 단 1.0%의 비중을 차지하며 전 세계에서 16번째의 시장 규모를 보인다. 이는 ICT 강국의 위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수치이다.
최근, 필자는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와 세계은행의 WIOD를 이용한 산업연관관계분석을 통하여 SW산업의 산업별 생산, 취업, 고용,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살펴보고, 한국, 미국, 중국을 비교·분석하였다.
SW산업의 생산유발효과를 보면 SW개발 및 컴퓨터관리서비스업의 산출물은 다른 산업에서 중간재로 활용되는 전방유발효과가 높고, 정보서비스업은 다른 산업을 중간재로 소비하는 후방유발효과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SW산업의 고용(10.6%) 및 취업유발효과(13.8%)는 전(全)산업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SW산업의 평균 고용유발효과는 한국 경제의 중심이자 일자리 창출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제조업 평균에 비해 1.7배, 취업유발효과는 1.5배 높은 것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정책에 있어 SW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깊게 고민해야 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SW산업은 부가가치율이 매우 높은 산업(51.6%)으로써 전산업 평균(37.0%)보다 무려 14.6% 높았다. 마찬가지로 타 산업에 매우 높은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있는 걸로 분석되었고, 이는 타 산업에서 SW를 구매하여 이용할 경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SW산업 자체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뿐만 아니라 관련된 산업 전반에 높은 부가가치가 유발하기 때문에, SW산업의 육성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SW산업의 산출물을 소비·활용하여 가장 높은 파급효과를 가져왔던 분야는, 영화, 방송프로그램 등 비디오 및 오디오물의 출판 및 배급과 함께 출판업계였다. 그러나 현재는 IT기기 및 하드웨어로 분야를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IoT, 클라우드 등의 발전이 모든 사물을 연결하고 SW를 통한 조작을 보편화하면서 제조업에서의 SW 소비 및 활용이 증가하고, 나아가 SW를 필요로하는 분야가 전 분야로 확대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즉, 이러한 변화가 지속할수록 SW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질 것이다. 또한, 2014년 기준 SW산업의 소비활용도가 가장 높은 산업간의 비교시 한국 SW산업의 소비활용도는 미국 대비 1.4배 높았고 이는 SW산업이 타 산업에 미치는 경제파급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요국의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미국은 ‘국가전략 컴퓨팅 계획(2015)’, ‘빅데이터 R&D 전략(2016)’ 등 SW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SW분야에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독일은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공장자동화 및 새로운 산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재흥전략(2016)’을 통해 IoT, 빅데이터, 로봇, 인공지능 등 로봇강국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였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기존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주도로 R&D 투자를 실시하고 있으며, 10대 산업 중 하나로 ‘OS 및 산업 SW’ 분야를 선정하였다. 이처럼 해외 주요국들은 자국의 장점을 살린 산업 전략을 수립하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 역시도 국내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년간 한국 경제는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으며, 조선, 자동차와 같은 중후장대산업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한국 경제의 밝은 미래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SW산업의 육성과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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